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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니스랍스키

초혼묘(招魂墓) 가던 날 며칠 전 수산(水山) 김우진(金祐鎭, 1897~1926) 선생의 초혼묘(招魂墓)를 다녀왔다. 초혼묘는 말 그대로 넋을 부르는 묘로 시신이 없는 묘를 말한다. 수산의 초혼묘는 청계 월선리에서 일로로 가는 길목의 산 정상에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묘소까지 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어떻게 이런 장소에 묘를 썼을까? 그런 의문은 산의 정상을 오르니 쉽게 풀렸다. 초혼묘는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김우진이 활동하던 시절만 해도 지금의 들판은 바다였다. 윤심덕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수산의 영혼을 고향 땅으로 부르기 위하여 그 가파른 산의 정상에 초혼묘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정표가 없어 수산 선생의 초혼묘를 찾지 못하고 산속을 헤매다가 돌아온 지 1년을 넘겨버렸다. 마침내 박관서 작가의 안내로 초혼묘를 찾아.. 더보기
창조적 만남 내 인생의 좌우명이 ‘창조적 만남’이다. 저서를 지인들에게 증정할 때, 책 속표지에 ‘창조적 만남을 위하여’라는 첫 문구를 항상 쓴다. 또 외부 특강을 할 때도 ‘창조적 만남’이란 주제를 즐겨 사용한다. 어제 이종한 감독과 ‘솔과학’의 김재광 대표를 광주서 만났고, 하루를 함께 보냈다. 이종한 감독은 최근 출간한 의 편저자이고, 김재광 대표는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사장이다. 나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산파 역할을 했다. 이 책의 원고를 밑줄을 그어가며 칼질을 했고, 연기용어를 수정했다. 그리고 편저자와 출판사 대표를 연결하여 ‘원고’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감독과는 대학의 선후배로 인연이 되어 ‘스타니스랍스키 신봉자’ 그룹의 일원으로 35년의 만남을 이어왔다. 김 대표는 경기대학교 .. 더보기
작품 102 어제에 이어, 오늘도 토가리의 아름다운 모습을 한 컷 올립니다. 너의 시선이 머무르는 곳은, 찰나의 미학, 너의 목을 닮고 싶다, 최선, 마지막 순간... 여러 제목이 스쳐갑니다. 어제도 언급했지만, 제목을 함부로 정할 수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습니다. 연극에서 배우의 과제(Task)가 있고 작가의 과제가 있습니다. 스타니스랍스키의 연기용어 '자다차(Задача)'를 엘리자베스 햅구드가 'Objective(목표)'로 잘못 번역하여 서방세계와 자유진영에서는 지난 수십 년간 혼동을 야기시켰습니다. 배우의 과제와 작가의 과제는 다릅니다. 배우인 토가리의 과제는 놀랍게도 '목의 긴장을 풀어야 한다' 입니다. 다시 말해 사진 속의 토가리는 목을 푸는 스트레칭을 하고 있습니다. 작가인 저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토.. 더보기
환상적 새벽하늘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가 유일한 제자로 인정했던 천재 연출가 에브게니 박흐탄코프(Evgeny Vakhtangov, 1883-1922)! 그는 스승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다. 마흔 살이 되기도 전에 세상을 등졌지만, 그는 세계연극의 역사에 큰 족적을 남겼다. 박흐탄코프는 러시아 국립 박흐탄코프 아카데미극장과 국립 슈우킨 연극대학의 창설자이다. (영적으로) 그를 만났던 것도 운명이고, 영산강 끝자락으로 내려왔던 것도, 어제 주룡나루에 갔던 것도 결코 우연은 아니다. 왜 갑자기 그분이 생각나는 것일까? 아마도 그가 주창한 연극 ' 환상적 사실주의(Fantastic Realism)' 때문일 것이다. 인터넷 백과사전에서는 이 용어를 "1925년 독일 비평가 로(Roh, F.)가 만들어 낸 말로, 맨 처음 미술 비평.. 더보기
갈매기 연기를 말하다 갈매기 연기론 한 편의 연극을 제작하는 과정에는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작품이 선정되고 역할에 맞는 배우를 선발합니다. 배우들과 함께 작품을 독회하고 작품을 분석합니다. 역할이 결정되고 역할의 행동을 찾아 연습을 하면서 배우들은 성격을 창조합니다. 연습이 무르익을 때쯤 팜프렛에 실을 배우들의 프로필 사진을 촬영합니다. 팜프렛도 작품이다. 공연이 끝나고 남는 건 이것 뿐이다. 여자 배우들은 자신의 모습이 예쁘게, 남자 배우들은 멋있게 나오기를 기대하며 온갖 포즈와 표정으로 사진작가를 힘들게 합니다. 이렇게 모든 연기자들이 연습을 진지하게 하면 한국연극 발전 10년은 앞당길 수 있습니다. 연습은 공연처럼, 공연은 연습처럼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팜프렛 사진을 촬영할 때 절실하게 느낀 점이 있습니다. 배우들에.. 더보기
체호프, 벚꽃동산, 목포 한국 근대극과 현대극의 선구자 김우진과 차범석을 배출한 도시 목포. 목포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나는 내 고향 목포에 대한 나름의 부채를 안고 있다. 서울과 광주에서 작품 활동을 접고 목포에 내려온 연유도 거기에 있다. 두 거장 말고도 목포는 연기자 김성옥, 김길호, 연출가 정일성과 극작가 김창일을 배출한 도시다. 그렇지만 현재 목포의 연극 수준은 서울이나 대도시에 비교하면 낙후되어 있다. 작년에 입암산 자락에서 활짝 핀 벚꽃을 보면서 체호프의 희곡 을 떠올렸다. 물론 연극의 분위기는 분명 다르지만, 연극 이 목포에서 상설 공연되는 꿈을 꾸었다. 입암산 근처에 문화예술회관이 있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지속적인 훈련을 통해 젊은 배우들을 길러내고 기성 연극인들을 재훈련시키고, 원로배우들을 초청하여 상주시킨.. 더보기
동백꽃과 배우새 배우 A에게 오늘은 자네에게 ‘자연스러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네. 그 옛날 자네와 함께 연극을 했던 시절이 생각나네. 이제 자네 연기 경력도 30년이 지났구려. 대학 동아리에서 했던 연극을 포함해서 말일세. 요즘은 코로나로 뜸하지만, 한때는 TV만 켜면 자네의 얼굴이 나왔지. 드라마는 물론이고 오락프로의 단골손님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인기스타가 아닌가! 자네가 스타임에는 틀림이 없네. 하지만, 아직도 자네가 예술가로서의 연기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왜냐고? 그건 자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일세. 며칠 전에 올린 블로그에서 내가 직박구리새를 ‘배우새’라고 극찬했던 글과 사진을 기억하는가? 자네가 보기에도 직박구리의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고 하니 얘길 계속하겠네. 직.. 더보기
열린 문을 향하여! 어제, 향교에 다녀왔다. 무안 향교는 1394년(태조 3) 현유(賢儒)의 위패를 봉안, 배향하고 지방민의 교육과 교화를 위하여 창건되었다. 처음에는 성의 남쪽에 있는 공수산(控壽山) 언덕에 설립하였는데 호랑이의 침해가 심하여 1470년(성종 1)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고 한다. 임진왜란으로 황폐해진 것을 1689년(숙종 15) 대대적으로 중수하였고, 1790년(정조 14), 1820년(순조 20), 1892년(고종 29), 1902년에 각각 보수하였으며, 광복 후에도 네 차례에 걸쳐 복원하였다고 한다. 현존하는 건물은 대성전, 명륜당, 동재(東齋, 양사재), 서재(西齋), 내삼문(內三門), 동별실(東別室), 제기고(祭器庫), 외삼문(外三門), 협문, 고사(庫舍), 삼강문(三綱門) 등이 있다. 건축형태는 앞..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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