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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anislavsky(스타니스랍스키)

동백꽃과 배우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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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A에게


오늘은 자네에게 ‘자연스러움’에 대한 얘기를 하고 싶네.


그 옛날 자네와 함께 연극을 했던 시절이 생각나네. 이제 자네 연기 경력도 30년이 지났구려. 대학 동아리에서 했던 연극을 포함해서 말일세.


요즘은 코로나로 뜸하지만, 한때는 TV만 켜면 자네의 얼굴이 나왔지. 드라마는 물론이고 오락프로의 단골손님으로 시청자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인기스타가 아닌가!


자네가 스타임에는 틀림이 없네. 하지만, 아직도 자네가 예술가로서의 연기자라고는 생각하지 않네. 왜냐고? 그건 자네의 연기가 자연스럽지 않기 때문일세.


며칠 전에 올린 블로그에서 내가 직박구리새를 ‘배우새’라고 극찬했던 글과 사진을 기억하는가? 자네가 보기에도 직박구리의 연기가 자연스럽다는 생각이 드는가? 그렇다고 하니 얘길 계속하겠네.


직박구리의 자연스러움은 어디서 나올까? 자네의 자연스럽지 못한 연기의 근원은 무엇일까? 먼저 예술의 적은 매너리즘, 더 냉정하게 말하면 자만(自慢)이 예술가에게 독약과 같은 것이라고 단정하고 얘길 풀어가겠네.


무대(드라마를 포함)는 현실이 아닌 허구일세. 극작가의 이야기도 허구이고, 무대장치도 사실이 아니며, 자네가 맡은 역할도 자네가 아닌 작가가 설정한 역할일 뿐일세. 이 모든 무대의 허구를 진실로 받아들이고 연기를 하는 것인데, 여기서 그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장해요소’가 나오게 되지.


두 번째는 ‘공개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네. 배우는 대수의 대중 앞에서 연기를 해야 하지. 드라마도 마찬가지야. 감독, 스태프, 조명가, 심지어는 구경꾼 앞에서 연기해야 할 상황이 나오거든. 이 공개에서 오는 장애요소, 다시 말해 두려움, 쑥스러움, 심지어는 잘해보겠다는 욕심에서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것들이 생기기 마련이지. 어린아이가 혼자 있을 때는 잘 놀다가도 모르는 사람 앞에서는 움츠려지는 것처럼.


세 번째는 ‘현존성의 법칙’이네. 배우는 무대에 서는 순간 항상 새롭게 바라보고, 상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듣고, 생각하고 자신의 다이얼로그(대사)를 말해야 하네. 어제의 연기를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순간으로, 역할로 살아가야 하네. 그게 싶지가 않지.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은 연기하는 과정에서 수반되는 이 세 가지의 장애요소를 제거하여 자연스러움을 찾아가는 과학적인 훈련법이네. 결론으로 말하면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일세.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배우지 않은 배우새가 자연스러웠던 것은 현실이기 때문일세. 그러나 무대는 현실이 아니야. 그걸 우리는 무대적 현실, 무대적 진실이라고 하네. 배우는 모름지기 무대적 진실, 연극적 진실을 찾아 행동해야 하네.


이제 이해가 되는가? 동백나무에서 자신의 일(과제)을 수행하는 직박구리의 여러 모습을 올린 이유를. 그러나 내가 의도하는 것은 꼭 배우들에게만은 말하는 것은 아니야.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아. 요즘 선거철이 돌아오는데 방송 출연이나 선거유세를 해야 하는데,  어색해서 볼 수가 없네. 대통령 선거 때도 마찬가지였어. 현대인들은 대중 앞에 서서 발표를 할 기회가 많아. 면접도 마찬가지야.


결론을 말하겠네. 배우새 직박구리로부터 자연스러움을 배워라! 자연스러움은 연기의 출발이고 연기의 본질이다. 연기는 세상에 대한 탐구다. 그러한 측면에서 자연은 위대한 예술가라네!

 

3월의 마지막 날입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멋진 4월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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