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늘의 사진

새벽지기

728x90

제1부, 10월 27일 6시 23분

 

 

 

 

 

 

 

뭔가를 누군가와 함께한다. 그 일이 창조적인 작업이라면 보람있는 일이다. 더구나 뜻이 맞는 상대라면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영산강 끝자락에서 매일 새벽 나를 기다리는 새가 있다. 토가리(왜가리)다. 이 새는 언젠부턴가 나보다 먼저 일어나 새벽을 지키고 있다. 새벽지기인 셈이다.

 

요즈음은 새벽에 주룡나루보다는 영산강 끝자락으로 자주 간다. 집에서 가깝고 시야도 넓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새벽을 함께할 수 있는 토가리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영산강 끝자락에서 새벽을 맞았다. 토가리는 단순하게 새벽을 함께하는 새가 아니다. 그는 내가 원하는 것을 알고 있는 위대한 배우새이다.

 

연출자의 의도를 알고 스스로 행동선을 긋는 배우들이 간혹 있다. 그런 배우들은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무대 위에서 등장인물로 살아간다. 관객에게 무엇을 보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역할속에서 생활한다.

 

토가리는 새벽의 여명을 배경으로 폼을 잡는 것이 아니라,  태양이 솟아오르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스스로 만끽하고 있다. 나는 그것을 미학적 구도로 담을 뿐이다. 오늘 사진은 그러한 결과물이다. 

 

'나이 먹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여러분의 '감각이 죽어가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새벽을 즐기자. 새벽을 즐기면 여러분의 잠자는 감성도 함께 깨어날 것이다. 

 

여러분의 깨어난 감성을 기원합니다.

 

제2부, 10월 27일 7시 26분

 

 

 

 

 

 

 

728x90

'오늘의 사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월출산 첫날 첫번째  (0) 2022.11.03
영산강 불사조  (0) 2022.10.30
국화 향기 보냅니다  (0) 2022.10.26
왕고들빼기의 왕  (0) 2022.10.25
고향 - 가을 - 석양  (0) 2022.1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