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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

울돌목의 낙조 어제 남녘 하늘은 안개와 미세먼지로 일몰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낮에는 봄 날씨인데 오후가 되면서부터 쌀쌀해졌습니다. 어제 블로그 '봉수산 매화는 말한다'에 624분이 방문했습니다. 인간의 인연에 대한 글에 많은 분이 공감을 하신 셈입니다. 인생은 만남의 연속입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의도적이든, 의도하지 않았든 간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됩니다. 연극이란 무엇일까요? 폴란드 출신의 혁신적인 연출가 예르지 그로톱스키의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연극은 만남입니다. 그러한 측면에서 인생은 연극이며, 연극은 인간의 만남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통신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우리 선조들은 지인들과 편지를 교환했습니다. 초의와 다산, 다산과 추사, 추사와 초의도 숱한 편지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러한 서간문들 속에.. 더보기
봉수산 매화는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긴 시간의 단위는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겁(劫)으로 표현한다. 천 년에 한 번씩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집채만 한 바위를 옷깃으로 한 번 쓸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걸 반복해서 그 바위가 모래알만 해지는 시간을 일 겁이라 한다. 상상을 초월한 긴 시간이다. 범만경(梵網經)에서는 사람의 인연을 겁(劫)으로 설명하며 인연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다. 현세에서 소매 깃을 스치는 인연은 오백 겁, 한 나라에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일천 겁, 하루를 동행하기 위해선 이천 겁, 한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선 삼천 겁,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기 위해선 사천 겁,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기 위해선 오천 겁, 하룻밤을 같이 자기 위해선 육천 겁, 형제가 되기 위해선 칠천 겁,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팔천 .. 더보기
운림산방(雲林山房)과 소치(小痴) 봄학기 강의계획서 작성을 마쳤다. 한 학기 원생들과 함께 공부할 과목은 ‘연극제작연구’다. 원생들과 함께 연극제작에 관한 공부를 하며 꼭 가봐야 할 곳이 있다. 운림산방(雲林山房). 이름부터가 예사롭지가 않다. 산방 풍광 자체가 그대로 예술이다. 한 폭의 그림 같다. 이런 운치는 계절에 따라 다르다. 앞으로 열 번은 더 가야 한다.풍광의 주인공 소치(小痴) 허련(許鍊, 1808~1893)도 최소한 4번은 다루어야 한다. 어쩌면 더 언급해야 할지도 모른다. 스승을 잘 만나야 한다. 글씨, 그림, 시에 타고난 재주를 타고난 소치는 초의선사를 스승으로 만나 서화(書畫)에 눈을 떴고, 추사 김정희를 만나 시와 글씨를 다듬어 시(詩), 서(書), 화(畵)에 모두 능한 삼절을 이루었다. 남종화의 산실인 운림산방은 .. 더보기
다산 정약용과 초의선사 내 고향 삼향(三鄕)이 낳은 초의선사는 조선 최고의 천재 다산 정약용을 24세 때인 1809년 강진 다산초당에서 혜장 스님을 통해 처음 만났다. 초의는 다산을 평생 스승으로 모시며 유서(儒書)와 시학(詩學)을 배웠다. 초의는 1813년 다산의 초대를 받았다. 그러나 비가 내려 장삼 자락이 젖어 초당을 방문하지 못했다. 다산에게 가지 못한 초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다음과 시로 표현했다. “슬프도다. 이 작은 몸 하나 나에게 선인의 경거술(輕擧術)이라도 지었더라면 빗속으로 산 넘어 날아갔을 텐데.” 다산을 극진히 모셨던 초의의 또 다른 시가 있다.‘탁옹 선생에게 드림’이란 시다. 탁옹은 다산의 별호(別號)이다. 부자는 재물로 사람을 떠나보내고 어진 이는 말로써 떠나보내네. 이제 선생께 하직하려 하지만 마땅히 .. 더보기
초의선사와 저녁노을 초의선사의 출생지에 대해선 두 가지의 주장이 있다.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왕산마을’이라는 것, 또 하나는 지금의 목포시 ‘석현동’이라는 주장이다. 석현동은 옛날 무안군 삼향면 석현리였다. 지금은 목포시에 편입되어 석현동이 되었지만. 초의의 탄생지가 왕산마을이든 석현동이든 큰 문제는 없다. 두 지역이 모두 삼향면이었으니, 초의의 고향은 삼향임에 틀림없다. 어제 아내와 함께 유적지를 다시 방문했다. 왕산에 가자고 하면 아내는 항상 얼굴이 밝아진다. 자신의 어린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고향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가족들은 아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쯤 모두 고향을 떠났다. 큰언니가 성남에 터를 잡아 집과 전답을 처분하여 성남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오빠, 언니들이 모두 성남이나 서울에서 살고 있다. 나는.. 더보기
일출이면 어떻고, 월출이면 어떤가! 석천전다(石泉煎茶) 초의(草衣) 석천에서 차를 끓이며 하늘빛은 물과 같고 물은 안개와 같아 이곳에 와서 지낸 지도 어느덧 반년일세 따스한 밤 몇 번이나 밝은 달 아래 누웠는가 맑은 강물 바라보며 갈매기와 잠이 드네 시기하고 미워하는 마음 원래 없었으니 비방하고 칭찬하는 소리 응당 듣지 않았네 소매 속에는 차가 아직 남아 있으니 구름에 기대어 두릉의 샘물 담는다네 해남 대흥사에서 머물던 초의선사가 한양에 온 지 어느덧 반년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두릉 위 달은 비추고 갈매기도 잠을 자는지 하늘빛이 기묘하네. 초의선사의 시심(詩心)에 빠져봅니다. 밤이면 어떻고 아침이면 어떤가! 달이면 어떻고 태양이면 어떤가! 日出이면 어떻고 月出이면 어떤가! 日沒이면 어떻고 月沒이면 어떤가 한강이면 어떻고 영산강이면 어떤가! 더보기
고향에 돌아오니 중국에 다신(茶神) 육우(陸羽, 733~804년)가 있다면, 조선에는 초의선사(草衣禪師, 1786~1866)가 있다. 초의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은 육우의 다경에 대비되는 조선의 차 이야기 노래이다. 아내의 고향인 삼향읍 왕산리 왕산마을에는 초의선사 유적지가 있다. 1997년 5월의 문화 인물로 선정된 것을 계기로, 초의선사의 생가가 위치한 봉수산 자락에 생가, 추모각을 복원하고, 추모비, 유물전시관, 교육관, 역사관, 문화관, 정자 등을 웅장하게 건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봉수산을 소개하면서 여러 번 언급했고, 최근 설경 사진을 올린 적도 있다. 그러나 본격적으로 유적지 사진을 올리지 않았다. 초의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하면서 사진을 올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뛰어난 선승(禪僧)일 뿐만 아니라 탁월한 .. 더보기
행복은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나온다! 이종한 감독의 원고를 정리하기 위해 일찍 일어났습니다. 어제 10시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1시에 일어났으니 3시간을 잔 셈입니다. 어제는 아내의 고향과 제 고향을 다 다녀왔습니다. 저는 삼향읍 유교리 ‘유교’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았고 그 뒤 ‘군산동’이란 마을에서 3년, ‘청룡’이라는 마을에서 고등학교까지 살았습니다. 아내는 삼향읍 왕산리 ‘왕산’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때 ‘마동’이란 동네로 이사하여 고등학교 때까지 살았다고 합니다. 저는 유교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아내는 왕산리에서 자랐지요. 제가 태어난 유교마을과 아내가 태어난 왕산마을은 자동차로 10분 거리입니다. 두 지역의 중간지점에 삼향초등학교가 있고, 제가 48회, 아내가 50회 졸업생입니다. 우리 부부는 이 삼향초교를 거쳐 목..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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