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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사진

안중근 의사의 외손녀 부음에 즈음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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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춥습니다.

 

그러나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과 차디찬 여순감옥에서 생을 마감한 순국선열을 생각하면, 이런 추위는 조족지혈(鳥足之血)이지요.

 

안중근 의사의 손자녀 중 유일한 생존자였던 황은주 여사가 향년 93세로 별세하셨다고 합니다.

 

1909년 안 의사 의거 후 남은 가족들은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고향 황해도를 떠나 연해주를 거쳐 상하이 프랑스 조계지에 정착했다. 안 의사에게는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 부인 김아려, 아들 안분도, 안준생, 딸 안현생(황은주 여사 모친) 등이 있다.

 

장남은 어린 나이에 러시아에서 사망했고,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도 1927년 중국 상하이에서 눈을 감았다. 안 의사의 부인 김아려 여사도 조국 땅을 밟지 못하고 19462월 상하이에서 별세했다.

 

독립운동사에 영원불멸의 족적을 남긴 안중근 의사의 남은 가족들의 삶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1940년대 일제의 침략전쟁이 가속화되자 일제는 안 의사의 남은 가족들을 이용해 이토 히로부미를 추모하는 뜻으로 서울 남산 기슭에 지은 박문사를 참배케 했고, 이토의 가족들을 만나 사죄케 했다.

 

황 여사는 어린 시절 일제의 감시로 안 의사의 딸과 사위였던 부모와 생이별해 상하이에서 할머니 김아려 여사의 손에 자랐다. 또 외삼촌 안준생이 1939년 일제의 '박문사 화해극'에 동원된 뒤로는 "변절자"의 가족이라는 멍에를 뒤집어써야 했다.

 

여사의 아버지 황일청은 신흥무관학교 1회 졸업생으로, 임시정부 초대 군무부 참사를 지내는 등 독립운동에 참여했으나 1932년 윤봉길 의사의 의거 당시 상하이를 빠져나오지 못해 일제의 감시를 피하지 못했다.

 

비극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아버지 황일청은 광복 이후인 1945123일 동포에게 암살당했다. 여사의 어머니 안현생은 광복 후 한국전쟁을 겪으며 궁핍하게 지냈지만, 대구 효성여대에서 불문과 교수를 했다고 한다.

 

마지막 가는 날,

내 나라 내 땅에서 묻히기 위해 고국에 왔습니다.”

 

황은주 여사는 미국에서 거주하다 2015년 국내로 돌아와 수원 국립보훈원에서 거주하다, 뇌경색으로 병마와 싸우다가 별세하신 것이다. 여사는 고국으로 돌아온 뒤 2019년까지 매년 안중근 의사 순국 추모식과 의거 기념식에 참석했다고 한다.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일제의 감시, 민족차별, 조국의 무관심 속에서 삼중고를 겪으며 가난과 추위와 싸워야 했다. 조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중국과 러시아에서 여생을 마친 애국자들의 후손들이 어디 한두 명뿐이겠는가!

......

 

오늘 날씨는 추위가 아닙니다.

우리가 겪는 고통은 새 발의 피입니다.

 

중국과 러시아에는 지금도 많은 독립군 후손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제 2, 3세들은 모두 작고하시고, 그 후 세대들이 한글을 잃어가며 조국을 그리워할 뿐입니다.

 

디아스포라.

750만 해외의 동포는 대한민국의 미래 자산이며, 조국의 품으로 안아야 합니다.

 

황은주 여사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사진 조심스럽게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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