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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의선사 유적지

매화, 시(詩)를 만나다 어제 초의선사 유적지에 다녀왔습니다. 설중매가 봄을 맞이할 채비를 하고 있습니다. 청매화는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만 홍매화는 꽃망울을 터트렸습니다. 이제 초의선사의 뜰에 문화의 꽃이 피어야 합니다. 매화가 시(詩)를 만날 차례입니다.매화송(梅花頌) 조지훈 매화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자라 아리따운 사람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은 싫지 않다 하여라 매화 사랑 김남조 새봄의 전령 매화가 피었습니다. 매화는 첫새벽 샘물 위에 이슬 설픗 얹히듯이 고요히 피어납니다 매화는 꽃이면서 정신입니다 눈 그치면 꽃 피자 꽃 피자고 스스로 기운 돋우는 .. 더보기
작품 136 - 용호백로정에서 지난 5월에 초의선사 유적지의 용호백로정에서 담은 사진이 '작품 136 - 1'이다. 이 작품은 원래 '한 컷으로 말한다'의 카데고리에 올려놓고 카톡으로 보내지는 않았다. 8월 25일 다시 용호백로정에서 작품 하나를 더 건졌다. '작품 136 - 2' '용호백로정에서 - 2'이다. 두 작품을 하나로 묶어 '정자야 놀자' 의 카데고리에 다시 올린다. 작가는 모든 대상을 새롭게 보아야 한다. 단순한 나뭇가지가 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일까? 스스로 존재하는 대상이 보는 이에게 또 다른 이미지로 존재한다면 그것은 작품이 된다. 친구를 만난 '작품 136 - 1'이 더욱 사랑 받기를 소망한다. 더보기
탐매(探梅)의 길 옛 선비들이 매화가 핀 경치를 찾아 구경하는 것을 탐매(探梅)라고 했다. 매화는 선비의 꽃이다. 초의선사 유적지에 탐매를 갔다가 우연히 나씨 문중의 친족 두 분을 만났다. 항렬이 하나 위인 창수 아재와 하나 아래인 명엽 족장이 지난 금요일 초의선사 유적지를 찾은 것이다. 하필 그 시간에 초의선사 동상 앞에서 조우했다. 창수 아재는 농학박사이고 명엽 족장은 경영학 박사이다. 두 분의 공통점은 한학에 조예가 깊고 시인이시다. 최근에 창수 아재는 무안향교 전교로 취임하셨다. 선거 과정에서 나는 철저하게 중립을 지켰다. 그러한 일에 혈연이나 학연을 따지는 것은 선비의 길이 아니다. 세상이 시끄럽다. 향교도 예외가 아니다. 그래서 향교 이야기를 한동안 꺼내지 않았다. 향교에 선비가 많지 않다. 선비정신의 부활이 .. 더보기
출석을 부른다 출석을 부른다 (2) -영산포중학교 2학년 3반 정찬열 김만수 - 네 박종민 - 종민이네 오늘 모 심는 날이에요 이종술 - 납부금 달라고 집에서 통 파고 있어요 민영심 - 영심이네 엄니 애기 낳았어요. 강춘자 - 오늘 장날이라 식당을 도와야 한데요 공순자 - 집에서 애기 본데요 조영식 - 선생님, 우리 학교 농번기 언제 합니꺼? 최홍식 - 선생님, 홍식이네 집 엊저녁에 밤 봇짐 싸부렀어요 - ......... ? 정찬열 시인은 영암 출신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미국 이민을 가 그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미국에서 살 때는 이름만 들었고 서로 만나지 못했다. 시인이 미국에 있는 여동생을 통해 연락을 해왔고, 평론가 김현의 시비(詩碑)를 보겠다고 목포에 왔을 때는 11월 초였다. 정찬열 시인을 장.. 더보기
가을, 저녁노을을 보면서 새벽달이 보름달에 가깝다. 오늘은 음력 10월 14일 입동(立冬)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제 세 곳의 시제를 마치고 친족들과 왕산에서 식사를 했다. 오승우미술관을 거쳐 초의선사 유적지 용호백로정에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커피도 마시고 마지막엔 아내와 함께 꿈섬의 저녁노을을 지켜보았다. 썰물로 드러난 바다와 물길, 저녁노을이 참으로 독특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은 누구의 덕분인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부모님, 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조부모님, 조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증조부모님, 증조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고조부모님......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매년 시제나 제사에 참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상의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 더보기
잠향전(潛香傳) 어제 종친회 친교 모임이 광주에서 있었습니다. 4월에 신입 회원으로 들어가 벌써 세 번째 모임입니다. 첫 모임 때는 차를 직접 운전해서 광주에 사는 제자를 불러냈습니다. 음주운전을 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광주에서 숙소를 잡아 모텔 근처에서 제자와 2차를 했습니다. 그냥 보낼 수는 없지요. 두 번째 모임은 나주에서 있었는데 아내가 핸들을 잡았습니다. 초청하신 명훈 족장님이 함께 초청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술을 마실 수 있었습니다. 어제는 고민이 많았습니다. 술을 마시지 말까? 버스를 타고 갈까? 결국에는 차를 가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내가 가죽공예를 배우고 있는 학교로 가서 아내를 기다렸습니다. 아침에 올린 작약꽃은 아내가 운전하는 동안 제가 청계 근처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아내가 .. 더보기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아침부터 눈이 내렸습니다. 어제(24일) 세미나 뒤풀이에서 1차, '술통'에서 2차, 무안 향토사연구소장 박관서 작가의 댁에서 3차를 했습니다. 박 작가는 청계면 월선리 예술인촌에서 살고 있습니다. 외손녀가 어찌나 예쁘고 영리한지 월선리의 꽃입니다. 다음에 갈 때는 예쁜 선물을 해야 하겠습니다. 박 작가의 사모님이 목포까지 데려다 주셨습니다. 죄송스러운 마음과 고마움을 함께 전합니다. 크리스마스이브를 홀로 보낸 아내에게 실컷 혼났습니다. 그렇게 남의 집에서 늦게까지 술 마시면 누군들 좋아하겠느냐고요. 어제 술을 마셔야 했기에 차를 행사장에 주차해 두었습니다. 무안에 함께 가자는 제 제안을 아내가 거절했습니다. 잘못했으니 벌을 받아야지요. 오랜만에 버스를 타고 무안에 갔습니다. 시내버스가 어찌나 돌고 도는.. 더보기
고향 바다의 노을 제 고향 유교리에는 군산동이라는 아름다운 곳이 있다면, 아내의 고향 왕산리에는 초의선사 유적지, 봉수산 그리고 바다가 있습니다. 아내의 바로 위 언니와 저는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좁은 시골이라 서로를 잘 아는 사이였지요. 그런데 참으로 기적 같은 사실이 있습니다. 아내는 제 여동생 은숙이의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선배입니다. 시골에서 초등학교를 나와 목포에 있는 여중과 여고를 졸업하고, 서울의 명문여대 동문이 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고 흔한 일은 아닙니다. 저는 간혹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우리 부부가 인연을 맺기 위해, 신이 두 여성의 길을 그렇게 만들었고, 그러한 신의 은총으로 우리는 결혼하지 않았을까? 어쨌든 지난 일요일, 우리는 군산동 4수원지에 들렀다가 왕..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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