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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하나를 위한 억지(億枝) 미세먼지 많은 날 석양은 종잡을 수 없습니다. 향교 가는 날 작정하고 차를 세웠습니다. 오랜 기간 눈여겨보았던 나무입니다. 전기줄이 있고 옆에 볼품없는 건물이 하나 있는 것이 흠이라면 흠입니다. 나뭇가지의 갯수를 셀 수는 없습니다. 숫자를 만들어낸 인간의 한계를 절실하게 느낍니다. 그냥 억 개의 나뭇가지라고 합시다. 한 줄기에서 뻗어나온 억 개의 생명들이 자신의 공간을 지키며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나뭇가지들은 알겠지요. 저 태양의 존재를 말입니다. 태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린 어떻게 되지요? 후기: 미세먼지가 아니었으면 '신단수 2023-- 작품 123'과 오늘의 사진을 담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연치고는 기이한 운명이다. 사진을 담은 10분 후, 자동차 접촉 사고를 냈다. 후진하면.. 더보기
6. 25 단상 오늘은 6·25전쟁 기념일입니다. 오늘 블로그는 글부터 올립니다. 나름의 의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먼저 보셔도 무관합니다. 하지만 꼭 이것만은 아셔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72년 전,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군이 남침(南侵)합니다. 이렇게 시작된 6·25전쟁은 장장 3년 1개월간 계속되었습니다. 전쟁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민간인을 포함하여 약 450만 명에 달합니다. 그 가운데 남한의 인명 피해가 민간인 약 100만 명을 포함한 200만 명, 북한은 100만 명의 민간인을 포함하여 약 25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6·25는 우리 민족 최대의 비극입니다. 여섯 집 거쳐 한 분은 희생자가 계실 것입니다. 우리 집안은 하룻저녁에 세 분의 제사를 지내왔습니다. 두 분의 백부님과 한.. 더보기
꽃과 열매: 해당화 1년 전 사진을 찾아보니 꽃이 피고 지는 시기가 올해도 비슷하다. 물론 일찍 핀 꽃도 있지만, 꽃마다 개화 시기가 있는 것이다. 우리 동네는 지금 해당화와 금계국이 지고 기생초가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다른 동네에 가보면 접시꽃도 자주 눈에 보인다. 지금 생각해보니 꽃은 1년에 한 번 핀다. 그러니 꽃의 일생은 1년이다. 자신의 생육 조건에 따라 한 철 한 시기에 피었다가 진다. 그런데 그냥 지는 것은 아니다. 식물마다 다르겠지만 꽃은 피고 나서 독특한 방법으로 종족보존과 번식을 위한 씨를 남긴다. 가장 흔한 경우가 열매 속에 씨를 남기는 방법이다. 자연의 법칙이 오묘하다. 예쁘게 꽃을 피워 향기로 새와 나비와 벌들을 유혹하여 암술과 수술이 만나는 통과의례를 거친다. 거기서 열매가 열리고, 열매는 햇볕과.. 더보기
갈두산 낙조 갈두산에서 본 가장 인상 깊은 섬이 있다. 세련된 여성의 모자처럼 생겼다. 일단 모자섬으로 부르기로 하자. 소나무 한 그루는 모자에 달린 장식품처럼 보인다. 밧데리 용량이 바닥나 자동차에서 충전하고 다시 가서 찍은 사진이다. 그냥 갔더라면 탄생할 수 없었던 생명의 섬이다. 작품에도 생명이 있다. 세상의 모든 물체에는 생명이 있다. 생물만이 생명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생명의 가치는 정신에 있다. 한 생명이 사라진 그 순간에 나는 새로운 생명의 산고를 치루고 있었다. 모자섬을 이제 '생명의 섬'으로 부르련다. 윤명철 교수의 시가 다시 생각난다. 역사학자의 통찰력이 감수성으로 다시 탄생한다. 모질게 이 세상을 살아간 김지하 시인의 새 생명을 축원한다. 나에게 영감을 준 갈두마을의 새로운 변신을 기대한다. 풍광.. 더보기
갈두산(葛頭山) 단상 우리에게 ‘땅끝마을’로 알려진 곳의 원래 지명은 ‘갈두마을’이었다고 한다. 칡의 머리처럼 한반도의 정기가 뻗어 나가는 힘이 서려 있는 마을. 그곳을 일본인들이 ‘토말(土末)’이라 불렀는데 그것을 풀어서 ‘땅끝’이라 부르고 있다. 이미 유명해져서 고치기가 힘들다. 원래대로 ‘갈두마을’이 더 좋다. 끝(末)보다는 머리(頭)가 좋은 것이다. 머리는 시작이다. 한반도의 정기가 육지에서 바다로 연결되는 시작의 땅이 되었으면 좋겠다. 산의 이름은 지금도 남아있다. 갈두산(葛頭山)이다. 예부터 산자락에 칡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산에 꽃이 보이지 않는다. 그 흔한 산철쭉이 땅에 딱 달라붙어 몇 송이 피어있을 뿐이다. 그날 우리는 호강을 했다. 꽃이 없는 갈두산에서 자란(紫蘭)을 발견했으니. 그것도 한 그루가 아..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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