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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소

가을, 저녁노을을 보면서 새벽달이 보름달에 가깝다. 오늘은 음력 10월 14일 입동(立冬)이다.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다. 어제 세 곳의 시제를 마치고 친족들과 왕산에서 식사를 했다. 오승우미술관을 거쳐 초의선사 유적지 용호백로정에서 담소를 나누며 휴식을 취했다. 커피도 마시고 마지막엔 아내와 함께 꿈섬의 저녁노을을 지켜보았다. 썰물로 드러난 바다와 물길, 저녁노을이 참으로 독특했다.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이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는 것은 누구의 덕분인가?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부모님, 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조부모님, 조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증조부모님, 증조부모님을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고조부모님...... 현대를 사는 우리들이 매년 시제나 제사에 참석할 수는 없다. 그러나 조상의 산소가 어디에 있는지.. 더보기
작품 110 10월의 마지막 날이다. 어제 월출산의 정상 천황봉에 다녀왔다. 험준하고 가파른 산이다. 그러나 참 아름다운 산이다. 이 아름다운 산에 오르지 못하고 ‘인산(人山)’에 압사한 젊은이들이 있다. 입시에 시달리다 겨우 해방되었는데, 우리 사회의 무능과 병폐에 숨이 막혀 쓰러진 것이다. 슬프다. 원통하다, 화도 난다. 그들의 조국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다. 모두가 참사의 전문가다. ‘네 탓이고 내 탓’은 하나도 없다. 자신은 진정한 애국자고 오로지 정의의 화신이다. 이제, 성찰의 시간과 애도의 마음을 갖고 자기 일에 열중하자. 그것이 젊은 영혼들을 조금이라도 평온하게 보내는 길이다. 그들이 자연의 경건함과 아름다움을 ‘저세상’에서라도 보았으면 좋겠다. 도시의 정글에서 보지 못했던 한 줌의 산소라도 .. 더보기
주룡의 설경 주룡나루와 주룡마을의 설경 올립니다. 주룡마을은 무안공의 후손 금호공 나사침과 그의 아들들이 잠들어 계신 곳입니다. 주룡마을은 나사침의 장자 소포공 나덕명이 최초로 입향한 마을입니다. 주룡나루는 소포공이 개설한 나루이며 소포공이 이곳에 적벽정을 짓고 자연을 벗삼아 노년을 보냈던 곳입니다. 주룡나루 앞 영산강은 옛날 '적벽강'으로 불리웠으며, 왜적의 배에 끌려가던 금호공의 며느리와 딸이 이곳 강물에 투신했던 역사적 공간입니다. 주룡나루에 있는 적벽은 초대 무안현감 무안공이 기우제를 지냈던 곳으로, 이를 계기로 '일로'라는 명칭을 작명하게 됩니다. 노인 한 사람이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길이어서 '일로'라는 작명을 했다고 합니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주룡나루와 주룡마을의 설경을 소개하는 이유는 이러한 역사적 .. 더보기
갈룡산(渴龍山) 설경 올해의 마지막 날입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켜보며 내년을 설계해 봅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일을 하셨으며, 어떠한 일에 가장 큰 보람을 느끼셨나요? 큰 보람은 없더라도 돈과 시간의 노예가 되지 않고, 일상 속에서 작은 의미라도 찾으면서 살아오셨다면 알찬 한해였다고 여겨집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결단의 시기를 맞곤 합니다.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무엇을 어디에서 할 것인가? 결정이 내려지면 이사를 하게 됩니다. 저도 지금까지 30번 이상은 이사를 했습니다. 무안, 목포, 무안, 광주, 목포, 서울, 광주, 전주, 부산, 서울, 모스크바, 서울, 로스엔젤레스, 서울, 광주 그리고 목포. 일 년 이상씩 살았던 지역만 해도 꽤 됩니다. 그러나 한 지역에서의 이사, 그리고 몇 개월씩 체류했던 도시를 합치면 40..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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