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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첫눈 오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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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 30일, 목포 옥암동

121일입니다.

 

어제 목포에 첫눈이 내렸습니다. 작년보다 18일이 빠릅니다.

 

나이가 들어도 첫눈은 항상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지난해 목포에 첫눈이 내리던 날 새벽에 영산강 끝자락, 갓바위, 유달산을 누비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올해 첫눈이 내리던 날 아침, 블로그 방문자 수가 29만을 돌파했습니다. 이제 30만을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어제는 첫눈의 낭만만을 찾기에는 어려운 현실이 있었습니다. 며칠 전 아침 촬영을 하면서 발가락을 다쳤습니다. 영산강 강변 비탈길에서 미끄러졌던 것입니다.

 

체질적으로 병원에 가는 것을 싫어합니다. 곧 좋아지겠지 하면서 물파스에만 의존하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녔습니다. 화순적벽도 그 상태에서 촬영한 사진들입니다.

 

첫눈이 내리던 오후 아내와 함께 정형외과를 찾았습니다. 엑스레이 촬영을 했는데, 다행스럽게 골절은 아니라고 합니다.

 

정형외과 근처에 치과가 있었습니다. 이왕 왔으니 차일피일 미루던 스켈링을 하자는 아내의 손목에 이끌려 치과에도 들렀습니다. 스켈링까지는 좋았습니다.

 

치아상태가 엉망이라고 합니다. 충치가 심하다고 합니다. 목포에 내려온 후, 한 번도 치과에 간 적이 없기 때문에 이해는 갑니다. 무려 19개의 충치를 치료하게 되었습니다.

 

억울하게 체벌을 받는 옛 선비들의 상황을 생각하며 치료를 받았습니다. 신경을 자극하는 극도의 아픔을 견디며 어찌나 많이 두 손을 쥐었는지 모릅니다. 발가락의 통증은 아예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치과의 치료비가 그렇게 비싸다는 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제가 현실 감각이 떨어지나 봅니다. 저는 치아 하나의 가격을 전체의 가격으로 착각하고 부담없이 치료대에 누워던 것입니다.

 

치과는 왜 의료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걸까요? 병원문을 나서며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코로나 예방주사 외에는 병원에 가본 적이 없어 의료보험의 혜택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저의 경우는 조금은 억울하기도 합니다.

 

첫눈 오는 날, 이렇게 해서 저는 두 곳의 병원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저에게 즐거운 저녁 약속을 하신 분이 계십니다. 제 고등학교 모교의 문익수 이사장이십니다.

 

이사장님, 아내와 함께 작년 이맘때즘 밴댕이 회를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 그곳으로 가려다가 방향을 바꿨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의 분위기를 찾기로 헸습니다.

 

평소에 가고 싶었던 곳입니다. 목포 젊은이들이 즐겨찾는 곳이라고 합니다. 영상강 하구언을 바로 지나면 조명등이 화려한 식당 하나가 보입니다. 그 식당 뒷정원에 캠핑식 바비큐장이 있습니다.

 

첫눈 내리는 날, 텐트 속에서 고기를 구어먹는 재미가 새로웠습니다. 발가락과 이의 통증을 잊었습니다. 대화가 통하기 때문입니다. 문 이사장님은 미국에서 마지막 학위를 받은 고려대 교수 출신입니다.

 

청소년 교육에 대한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입시위주의 교육보다는 인성교육, 감성교육, 역사교육, 재능교육의 중요성에 공감대를 이루었습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교육에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야 합니다.

 

두 가지의 숙제를 받았습니다.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모교의 선생님을 두 분 모시고 싶다. 역사 담당 교사는 역사학자 윤명철 교수의 제자이면 좋겠다. 연극 담당 교사는 나상만의 제자이면 좋겠다. 스승을 보면 제자가 보인다는 것입니다.

 

동국대를 정년 퇴임한 윤명철 교수는 지금 우즈베키스탄 국립 사마르칸트대학의 교수로 계십니다. 제가 다리가 되어 올바른 역사관을 지니고 있는 모교의 교사를 추천 받아야 합니다.

 

제 모교에서 연극을 제대로 가르칠 수 있는 제자를 찾아야 합니다. 목포에 내려와야 합니다. 학교와 교사 양쪽의 조건도 맞아야 합니다. 결코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꼭 찾아야 합니다. 숙제는 풀어야 합니다.

 

목포에 첫눈이 내리던 날

제 양 어깨에도 첫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첫눈은 우리 모두를 설레이게 합니다.

올해는 눈이 많이 내렸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의 12월을 응원합니다!

2021년 12월 18일, 목포 옥암동

 

자동차에 내린 첫눈
지난해 첫눈, 옥암 수변공원
치과에 가지 전
캠핑식당 상호와 텐트
텐트에 내린 첫눈
켐핑식당의 밤
뱅댕이 횟집에서 모교 이사장과 함께
텐트를 열며
목포 만선식당
첫눈 내리던 날 캠핑식당 야외에서
지난해 목포 수변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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