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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삼일절 새벽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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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5일 영산강 일출

 

목포 옥암동 현충공원

 

 

 

현충탑 정면

 

현충탑 측면

 

 

'달빛 결혼식 공연장면(나상만 작/연출'예술감독, 광주시립극단)

 

광양 매화마을에 있는 황현 동상(2021. 03. 03)

 

 

단재 신채호 초상화 앞에서(2022. 02. 21)

 

 

현충공원의 태극기 바람개비
영산강 2022냔 2월 26일

오늘은 103주년 삼일절이다. 많은 분들이 나라의 독립을 찾기 위해 목숨을 바쳤다. 수많은 민중들이 만세를 불렀다.

어제 일찍 잠들어 자정에 일어났다. 대통령 선거로 나라가 두 동강으로 찢어져 서로를 비방하며 극한 대립으로 양분되어 있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한 치의 양보도 없이 이전투구다.

    광활한 만주 땅을 잃고서

    손바닥만 한 땅덩이마저 반으로 쪼개진

    한 맺힌 이 땅을

    그 누가 분열시켰는가!

    배달민족의 후예임을 망각하고

    피로 얼룩진 이 땅의 역사

   

    지배자는 국민을 선동하고

    우매한 국민은 지배자의 정권놀이에 희생되었던 파벌의 역사

    깨어라, 국민들이여!

    지배자의 시대는 가고

    이 땅은 민주의 꽃이 피어야 한다.

 

    때는 바야흐로 피지배자의 시대!

    때는 바야흐로 민주의 시대!

    때는 바야흐로 국민의 시대!

    깨어라, 백두산족이여!

 

제 희곡 <달빛결혼식>에 나오는 코러스의 시적인 대사다. 이 작품은 1989년 부산극단 <오르기>에 의해 제작되어 부산, 광주, 서울공연을 거쳤고, 1989년 극단 <다나>의 창단공연으로 재창작되어 서울에서 3개월 장기공연되었으며 전국을 순회공연하였다.

 

이 작품은 이후 경기대학교 연기학과 제4회 졸업작품으로 공연되었고, 중국연극대학의 초청을 받아 극찬을 받았으며, 광주시립극단의 13회 정기공연으로 채택되어 전국적인 화제와 반향을 일으킨 필자의 대표작이다.

 

이 작품이 초연된 지 30년이 훨씬 지났다. 그러나 오늘의 한국사회나 정치풍토는 단 한 발자국도 전진하지 못했다. 오히려 갈등은 더 심각하고 위험수위에 도달한 느낌이다. 세속과 손을 끊고 무위자연(無爲自然)에 천착(穿鑿)하고 있는 나에게 삼일절인 오늘은 고통의 순간으로 다가온다.

 

1712년 청나라와 조선이 건립한 백두산정계비에는서위압록(西爲鴨綠) 동위토문(東爲土門)’이라는 우리 영토의 경계가 명시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의 북방영토는 압록강-백두산-토문강-송화강-흑룡강-동해에 이르는 드넓은 지역이다. 오늘날 연변 조선족 자치주가 속해 있는 간도와 러시아의 연해주를 포함한 광대한 지역으로 한반도 면적의 2배가 넘는다.

 

간도(間島)와 연해주(沿海州)는 고조선과 부여의 영토였고, 고구려와 발해의 영토였다. 또 이후에도 조선인들이 계속 점유하여 살아온 것이다. 간도라는 명칭의 유래를 아시는가? 병자호란 이후에 청나라가 이 근처를 봉금지역(封禁地域)으로 정하고 청과 조선인 모두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청과 조선 사이()에 아무도 드나들 수 없는 섬()과 같은 땅이란 의미다.

간도는 크게는 만주 전체를, 작게는 송화강 이남을 가리킨다. 만주는 한민족이 삶의 터전으로 삼아 3000년 이상을 역사적으로 지배해온 땅이다. 발해 멸망 후 거란과 여진이 점유한 적은 있었지만, 중국의 한족(漢族)이 지배한 적은 없었다. 역사적으로 중국이 만주를 지배한 것은 100년도 되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이 만주와 연해주에서 독립운동을 펼쳤던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우리의 영토에 대한 역사의식이 있었다. 우리가 그걸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리는 815일 일제로부터 해방되었지만, 곧 남북으로 갈라졌으며, 우리의 북방영토를 찾지 못하는 통탄의 역사 속에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손바닥만 한땅에서 서로 잘났다고 싸우고 있으니 가관(可觀)이다.

 

삼일절인 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린다. 이전투구가 더 가관이 될 성싶다. 문득 우국 시인 매천(梅泉) 황현(黃炫, 1855~1910)<절명시(絶命詩)>가 떠오른다.

 

절명시(絶命詩) 3

    새 짐승 슬피 울고 바다와 산도 시름 거리니

    무궁화 세상은 이미 망하고 말았네

    가을 등불 아래 책 덮고 역사를 돌이켜보니

    글 아는 사람 구실 어렵기만 하구나.

 

    鳥獸哀鳴海岳嚬(조수애명해악빈)

    槿花世界己沉淪(근화세계기침륜)

    秋鐙揜卷懷千古(추등엄권회천고)

    難作人間識字人(난작인간식자인)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아직 찾지 못했다. 우리는 우리의 영토도 아직 찾지 못했다. 더욱 슬픈 것은 우리의 정신이 썩어가고 있다. 우리의 영혼이 썩어가고 있다.

 

단재여! 단재여! 어찌하오니까!

 

오늘 일출은 없습니다. 그래도 희망을 담아 225일에 촬영한 남녘 일출 올립니다. 그리고 새의 비상도 한 컷 올립니다.

우리는 비상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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