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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누구나 열 수 있다 어제 구례에 갔던 연유를 말할 때가 되었다. 약 20여 일 전 격려의 시 한 편을 받았다. 짧고 간결하다. 전북대 교수 출신이신 원로시인 유응교 박사께서 보내오신 헌시조(獻詩調)였다. 고마움에 앞서 부끄럽고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리고 많은 고민을 했다. 어떻게 예의를 표현해야 할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바쁜 일정에 시일이 많이 지났다. 해를 넘길 수는 없다. 그래서 시인이 태어난 구례의 운조루를 찾았다. 운조루는 삼수부사를 지낸 시인의 7대조 유이주(柳爾胄) 선생이 경상도 대구에서 이주하여 영조 52년(1776) 구례의 명당 터에 지은 고택이다. 운조루는 일종의 당호(堂號)인데, 원래는 사랑채 이름으로 ‘구름 속의 새처럼 숨어 사는 집’이란 뜻이다. 도연명의 시 의 “구름은 무심히 산골짜기에 피어오르고, .. 더보기
보름달 뜨는 날 다시 보세 월출산 구정봉에서 내려오던 날의 이어지는 사진입니다. 강진 금릉 경포대 주차장에서 가까운 거리에 고려시대 진각국사가 창건한 월남사(月南寺)의 절터가 있습니다. 엄청 큰 규모의 사찰로 여겨집니다. 현재 보물 298호인 삼층석탑과 보물 313호인 진각국사비, 집수지 등이 남아 있습니다. 금릉 경포대 주차장 근처에는 모청당(慕靑堂) 이몽제(李夢梯 1724년)의 시비(詩碑)가 있습니다. 월출산의 절경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過月出山次前韻(과월출산차전운) 錦岑遙望已開顔 (금령요망기개안) 아름다운 봉우리를 멀리서 바라보니 얼굴이 절로 환해지고 何況今看月出山 (하황금간월출산) 어찌하여 오늘에야 월출산을 마주하게 되었는가 喜極層巒當馬首 (희극층무당마수) 층층 봉우리는 말머리 같아 놀라움이 가득하고 眼明橫黛聳螺鬟(안명횡대.. 더보기
출석을 부른다 출석을 부른다 (2) -영산포중학교 2학년 3반 정찬열 김만수 - 네 박종민 - 종민이네 오늘 모 심는 날이에요 이종술 - 납부금 달라고 집에서 통 파고 있어요 민영심 - 영심이네 엄니 애기 낳았어요. 강춘자 - 오늘 장날이라 식당을 도와야 한데요 공순자 - 집에서 애기 본데요 조영식 - 선생님, 우리 학교 농번기 언제 합니꺼? 최홍식 - 선생님, 홍식이네 집 엊저녁에 밤 봇짐 싸부렀어요 - ......... ? 정찬열 시인은 영암 출신이다. 한국에서 중학교 교사를 하다가 미국 이민을 가 그곳에서 살고 있다. 내가 미국에서 살 때는 이름만 들었고 서로 만나지 못했다. 시인이 미국에 있는 여동생을 통해 연락을 해왔고, 평론가 김현의 시비(詩碑)를 보겠다고 목포에 왔을 때는 11월 초였다. 정찬열 시인을 장.. 더보기
초혼묘(招魂墓) 가던 날 며칠 전 수산(水山) 김우진(金祐鎭, 1897~1926) 선생의 초혼묘(招魂墓)를 다녀왔다. 초혼묘는 말 그대로 넋을 부르는 묘로 시신이 없는 묘를 말한다. 수산의 초혼묘는 청계 월선리에서 일로로 가는 길목의 산 정상에 있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묘소까지 가는 길은 무척 가파르다. 어떻게 이런 장소에 묘를 썼을까? 그런 의문은 산의 정상을 오르니 쉽게 풀렸다. 초혼묘는 바다를 향하고 있었다. 김우진이 활동하던 시절만 해도 지금의 들판은 바다였다. 윤심덕과 함께 바다에 몸을 던진 수산의 영혼을 고향 땅으로 부르기 위하여 그 가파른 산의 정상에 초혼묘를 만들었던 것이다. 이정표가 없어 수산 선생의 초혼묘를 찾지 못하고 산속을 헤매다가 돌아온 지 1년을 넘겨버렸다. 마침내 박관서 작가의 안내로 초혼묘를 찾아.. 더보기
미치던 날 강진아트홀에서 연극 이 공연되었다. 세익스피어의 를 강만홍 연출이 신체극으로 풀어냈다. 수십 명이 나오는 원작을 해체하여 5명으로 줄였다. 그것도 이번 강진 공연은 3명이다. 강만홍은 오랜 기간 신체극을 탐색해온 연극배우 겸 연출가다. 실험극의 본고장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배우다. 뉴욕 타임스는 “강만홍은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을 그려낸다...”고 극찬했다. 배우의 표현매체는 신체와 음성이다. 신체의 영역이 몸짓과 움직임이며 음성의 영역이 대사이다. 이번 공연에는 대사는 “맥베드!”딱 한 단어다. 배우의 몸짓과 움직임 그리고 호흡만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험극이 강진에서 가능할까? 그건 기우였다. 백 마디의 대사보다도 세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비언어의 대사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중학생.. 더보기
대구에 갑니다 오늘 대구에 갑니다. 우리나라의 국공립 공연단체 상임단원들은 1~2년에 한 번씩 실기 평가를 받습니다.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을 보장 받는 국공립 공연단체 단원들의 실기 평가는 예술가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좋은 제도이지만, 한편으론 무덤이기도 합니다. 지자체에 반기를 들거나 예술감독의 눈에 거슬리면 직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공정한 평가를 하기 위해서 외부의 평가위원을 모셔 실기 평가를 합니다. 오늘은 대구시립극단 단원들의 실기 평가가 있는 날이고, 저는 평가위원으로 참여하기 위해 대구에 가는 날입니다. 대구시립극단과 저의 인연도 벌써 20여년이 넘었습니다. 경기대 재직할 당시에 여름방학을 이용하여 대구시립극단 단원들에게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을 강의한 인연이 있습니다. 당시 이상원 상임연출.. 더보기
창조적 만남 내 인생의 좌우명이 ‘창조적 만남’이다. 저서를 지인들에게 증정할 때, 책 속표지에 ‘창조적 만남을 위하여’라는 첫 문구를 항상 쓴다. 또 외부 특강을 할 때도 ‘창조적 만남’이란 주제를 즐겨 사용한다. 어제 이종한 감독과 ‘솔과학’의 김재광 대표를 광주서 만났고, 하루를 함께 보냈다. 이종한 감독은 최근 출간한 의 편저자이고, 김재광 대표는 이 책을 출간한 출판사 사장이다. 나는 이 책이 세상에 나오는 산파 역할을 했다. 이 책의 원고를 밑줄을 그어가며 칼질을 했고, 연기용어를 수정했다. 그리고 편저자와 출판사 대표를 연결하여 ‘원고’가 ‘책’으로 나올 수 있게 만들었다. 이 감독과는 대학의 선후배로 인연이 되어 ‘스타니스랍스키 신봉자’ 그룹의 일원으로 35년의 만남을 이어왔다. 김 대표는 경기대학교 .. 더보기
영암 달빛에 물들다 오랜만에 어머님을 모시고 우리 4남매가 모였습니다. 김장김치에 돼지수육과 홍어를 곁들어 먹걸리도 마셨습니다. 역시 목포 홍어는 맛이 있습니다. 여동생의 반찬 솜씨도 좋습니다. 모두가 웃는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현대인들은 가족이 함께 만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경사에나 가끔, 그리고 부모님 상을 당해서야 온 가족의 얼굴을 보게 됩니다. 김장을 구실로 우리 부부를 서울로 올라오게 하신 어머님의 마음과 지혜가 느껴지는 하루였습니다. 아무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두 동생의 집을 오가며 오직 가족들과 함께한 하루였습니다. 서울에도 단풍이 한창입니다. 낙엽이 시골에서는 낭만인데, 서울 아파트에서는 경비원들의 골칫거리인가 봅니다. 여기저기서 낙엽 청소하는 분들이 많이 보입니다. 시골살이에 익숙해졌나 봅니다..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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