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아트홀에서 연극 <미치던 날>이 공연되었다. 세익스피어의 <맥베드>를 강만홍 연출이 신체극으로 풀어냈다. 수십 명이 나오는 원작을 해체하여 5명으로 줄였다. 그것도 이번 강진 공연은 3명이다.
강만홍은 오랜 기간 신체극을 탐색해온 연극배우 겸 연출가다. 실험극의 본고장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배우다. 뉴욕 타임스는 “강만홍은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을 그려낸다...”고 극찬했다.
배우의 표현매체는 신체와 음성이다. 신체의 영역이 몸짓과 움직임이며 음성의 영역이 대사이다. 이번 공연에는 대사는 “맥베드!”딱 한 단어다.
배우의 몸짓과 움직임 그리고 호흡만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험극이 강진에서 가능할까? 그건 기우였다. 백 마디의 대사보다도 세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비언어의 대사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중학생들도 무대에 집중했다. 흐트러짐이 없이 배우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연출자는 계룡산에서 도를 닦으면서 카톡도 중단하며 이 작품에 정성을 쏟았다.
이 작품을 강진으로 이끈 이는 임재필 연출가다. 강진에서 왕성한 연극 활동을 하고 있는 임 연출가는 나의 제자다. 올 초 강만홍 교수, 곽수정 배우가 목포에 들렀고, 강진의 임재필 연출가가 합세하여 만남이 이루어졌다.
내 고향 초의선사 탄생지에 함께 가서 초의(草衣)의 기(氣)를 받았다. 70의 고령이 무대에서 펼치는 에너지가 극장을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에서 배우의 악기인 신체를 다룰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강만홍은 그 중심에 서서 위대한 몸짓극 하나를 탄생시켰다.
연극의 세계화! 더 이상 대사 위주의 연극으로 세계를 상대할 수 없다. 강만홍의 생각이고 나의 생각이다. K-퍼포먼스의 길이 <미치던 날>에 있다고 확신한다.
연극은 만남이다. 우리들의 만남이 곧 연극이다. 우리는 지금 초의선사와의 만남을 꿈꾸고 있다. 내 고향에서 초의로 변신한 강만홍의 연기를 보고 싶다.
<미치던 날>
미쳐야 작품이 나온다. 연극 <미치던 날>은 강만홍이 미쳐서 만든 작품이다. 우리가 미쳐야 세상이 미치지 않을 것인가! 예술인만 미치고 세상은 온전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후기: 서울공연에 정동환, 심규만 배우가 합세한다고 합니다. <미치던 날>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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