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와 문화의 현장

미치던 날

728x90

강진아트홀에서 연극 <미치던 날>이 공연되었다. 세익스피어의 <맥베드>를 강만홍 연출이 신체극으로 풀어냈다. 수십 명이 나오는 원작을 해체하여 5명으로 줄였다. 그것도 이번 강진 공연은 3명이다.

강만홍은 오랜 기간 신체극을 탐색해온 연극배우 겸 연출가다. 실험극의 본고장 뉴욕에서도 알아주는 배우다. 뉴욕 타임스는 “강만홍은 숨이 멎는 듯한 순간을 그려낸다...”고 극찬했다.

배우의 표현매체는 신체와 음성이다. 신체의 영역이 몸짓과 움직임이며 음성의 영역이 대사이다. 이번 공연에는 대사는 “맥베드!”딱 한 단어다.

배우의 몸짓과 움직임 그리고 호흡만으로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실험극이 강진에서 가능할까? 그건 기우였다. 백 마디의 대사보다도 세 명의 배우들이 펼치는 비언어의 대사는 분명하게 전달되었다.

중학생들도 무대에 집중했다. 흐트러짐이 없이 배우들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연출자는 계룡산에서 도를 닦으면서 카톡도 중단하며 이 작품에 정성을 쏟았다.

이 작품을 강진으로 이끈 이는 임재필 연출가다. 강진에서 왕성한 연극 활동을 하고 있는 임 연출가는 나의 제자다. 올 초 강만홍 교수, 곽수정 배우가 목포에 들렀고, 강진의 임재필 연출가가 합세하여 만남이 이루어졌다.

내 고향 초의선사 탄생지에 함께 가서 초의(草衣)의 기(氣)를 받았다. 70의 고령이 무대에서 펼치는 에너지가 극장을 가득 채운다. 우리나라에서 배우의 악기인 신체를 다룰 수 있는 배우가 많지 않다. 강만홍은 그 중심에 서서 위대한 몸짓극 하나를 탄생시켰다.

연극의 세계화! 더 이상 대사 위주의 연극으로 세계를 상대할 수 없다. 강만홍의 생각이고 나의 생각이다. K-퍼포먼스의 길이 <미치던 날>에 있다고 확신한다.

연극은 만남이다. 우리들의 만남이 곧 연극이다. 우리는 지금 초의선사와의 만남을 꿈꾸고 있다. 내 고향에서 초의로 변신한 강만홍의 연기를 보고 싶다. 

<미치던 날>
 미쳐야 작품이 나온다. 연극 <미치던 날>은 강만홍이 미쳐서 만든 작품이다. 우리가 미쳐야 세상이 미치지 않을 것인가! 예술인만 미치고 세상은 온전하게 돌아갔으면 좋겠다.

 

박호빈

 

 

곽수정

 

강만홍
커튼콜

 

 

관객과의 대화, 박호빈, 강만홍, 곽수정 배우
공연이 끝나고 강만홍 연출가와 임재필 연출가
초의선사 유적지에서 강만홍 임재필 연출가와 함께, 2022년 1월

후기: 서울공연에 정동환, 심규만 배우가 합세한다고 합니다. <미치던 날>의 성공을 기원합니다.

728x90

'역사와 문화의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출석을 부른다  (0) 2022.11.25
초혼묘(招魂墓) 가던 날  (0) 2022.11.22
대구에 갑니다  (0) 2022.11.18
창조적 만남  (4) 2022.11.18
영암 달빛에 물들다  (0) 2022.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