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잠일기(栢蠶日記)

오복도(五福圖)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 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복(福)은 무엇일까? 옛날에는 1) 오래 살고(壽, 수) 2) 불편하지 않을 만큼의 재물(富, 부)과 3) 몸과 마음의 건강(康寧, 강령) 4) 선행으로 덕을 쌓는 것(攸好德, 유호덕) 5) 편안하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考終命, 고종명)을 오복(五福)이라고 했다. 오복도 시대에 따라 변하는 것일까? 요즘은 1) 건강(健, 건) 2) 배우자(偶, 우) 3) 재산(財, 재) 4) 일(事, 사) 5) 친구(友)를 오복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나도 공감하는 오복관(五福觀)이다. 복이란 행복(幸福)이다. 오복은 5가지의 행복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복 많이 받으라는 말’은 행복해지라는 .. 더보기
이 땅의 진정한 연기자를 위하여 감수의 말 예술학박사 나상만 이 땅의 진정한 연기자들을 위하여 이종한 감독님이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를 이해하는 데 48년이 걸렸다고 한다. 편저자의 표현처럼 스타니스랍스키는 ‘험준한 산’이고,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은 어렵다고 한다.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이 어려운 것은 전적으로 스타니스랍스키의 책임이다. 연기예술의 바이블인 시스템을 창안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쉽게 체계적으로 정리할 시간이 부족했다. 스타니스랍스키는 죽는 순간까지도 자신의 저서와 유고들을 손질하며 다듬었다. 영어권에서 스타니스랍스키를 어렵게 만든 사람은 엘리자베스 햅구드 (Elizabeth Reynolds Hapgood)다. 를 제외한 스타니스랍스키 저서들을 영어로 번역한 공로는 인정한다. 가 1936년에 나왔고 가 1949년, 그리고 .. 더보기
꿈이 없는 자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 사람들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이마받이를 하고 문득 눈을 들면 사람보다 더 놀란 압해도 귀가 없는 압해도 반 고호의 마을로 가는지 뿔테 안경의 아이들이 부는 휘파람 소리 일렬로 늘어선 풀들이 깨금발로 돌아다니고 집집의 지붕마다 귀가 잘려 사시사철 한쪽 귀로만 풀들이 피는 나지막한 마을 그리움이 없는 사람은 압해도를 보지 못하네. 압해도를 듣지 못하네. - 노향림 - 시인은 압해도를 바라보며 시인의 꿈을 키웠다. 나는 시인의 꿈을 키운 유달산을 바라보며 시인의 어린 모습을 상상해 본다. 초의선사의 탄생지 봉수산에서도 압해대교와 압해도가 보인다. 봉수산에 있는 초의선사의 동상은 위치와 방향을 옮겨야 한다. 위치는 봉수산 정상이 좋다. 방향은 바다를 제압하는.. 더보기
봉수산 매화는 말한다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긴 시간의 단위는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겁(劫)으로 표현한다. 천 년에 한 번씩 선녀가 지상에 내려와 집채만 한 바위를 옷깃으로 한 번 쓸고 다시 하늘로 올라가는데, 그걸 반복해서 그 바위가 모래알만 해지는 시간을 일 겁이라 한다. 상상을 초월한 긴 시간이다. 범만경(梵網經)에서는 사람의 인연을 겁(劫)으로 설명하며 인연의 소중함을 역설하고 있다. 현세에서 소매 깃을 스치는 인연은 오백 겁, 한 나라에서 태어나기 위해서는 일천 겁, 하루를 동행하기 위해선 이천 겁, 한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기 위해선 삼천 겁, 같은 고향에서 태어나기 위해선 사천 겁,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기 위해선 오천 겁, 하룻밤을 같이 자기 위해선 육천 겁, 형제가 되기 위해선 칠천 겁,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팔천 .. 더보기
내 마음의 호수 연기자는 무대에서 ‘그 자신’을 보여서는 안된다. 그렇다고, 제아무리 연기를 잘하는 배우라도 절대로 ‘햄릿’이 될 수 없다. 나 + 햄릿 = 새로운 햄릿. 연기자는 작가가 창조한 ‘등장인물’을 ‘자신만의 독특한 새로운 인물’로 재창조해야 한다. 이것이 연기예술의 대가 스타니스랍스키의 견해이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진도 마찬가지 아닐까? 신이 창조한 자연을 나 자신의 독특한 시선으로 새롭게 담는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그림. ‘그림’이야 많겠지만 ‘사진’은 행운이 따라야 한다. 대상(對象)이 항상 그 자리에 있다면 문제는 간단하다. 유달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영산강도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아름다운 호수를 보았다. 이 호수가 어디에 있는지 사람들은 모른다. 지금은 바다다. The Lake i.. 더보기
내 마음의 풍차 지금 내가 사는 동네에는 수변공원이 있다. 그 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건축물이 있다. 하나는 청나라풍의 정자이고 또 하나가 네덜란드풍의 풍차다. 영산강 수변공원에 어울리지 않는 정자와 풍차가 오늘 새롭게 다가왔다. 눈이 내리는 이른 아침의 수변공원에서 그 풍차를 보면서 문득 영화〈내 마음의 풍차>를 떠올렸다. 최인호 작가의 소설을 거장 김수용 감독이 연출한 1976년도 작품이다. 영화에는 지금은 원로배우인 사미자 씨와 당시 인기가 많았던 전영록 씨가 나오고, 주인공은 ‘민철’이란 예명의 배우였다. 영화배우 민철의 본명은 조규현이다. 대학 3년 선배인데 극단 ‘자유극장’에서 대학 1학년 때 만났다. 규현이 형은 자유극장의 젊은 주인공 역은 항상 독차지했다.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에서도 남자 주인.. 더보기
나씨(羅氏)의 날씨 호강 종잡을 수 없는 것이 둘 있다. 인간의 마음과 날씨다. 변덕이 심한 것도 둘 있다. 역시, 인간의 마음과 날씨다. 오늘 목포 날씨가 종잡을 수 없었고 변덕도 심했다. 인간의 변덕은 타인에게 아픔과 상처를 남긴다. 그래도 견딜만한 것은 날씨의 변덕이다. 변덕 심한 날씨 덕에 오늘도 그림 몇 점 건졌다. 날씨는 나씨(羅氏) 편인가? 호강하시는 분이 계신다면 그건 전적으로 날씨 덕이다. 후기: 아침에 올리지 못한 사진 올립니다. 좋은 그림 몇 점은 남겨두었습니다. 내일 선물하렵니다. 당분간 집에 머물며 밤을 새워야 할 상황입니다. 숙제 하나를 마치지 못했어요. 이종한 감독의 저서 감수(監修)를 월요일까지 마쳐야 합니다. 내일 뵙고 주말은 쉽니다. 화이팅입니다! 더보기
추사와 초의의 우정 지금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네. 새벽까지는 비와 함께 내리더니 창밖을 보니 제법 쌓였네. 추사와 초의의 우정에 대한 글을 쓸까, 초의와 다산의 사제지정을 쓸까, 초의, 추사, 다산 세 분에 대한 공통점을 쓸까 고민하다가 아침을 맞이하고 말았네. 3년 전 방문했던 강진의 다산초당(茶山草堂) 사진은 겨우 찾았는데, 글이 결코, 쉽지 않네. 업적도 업적이지만 워낙 저술이 많고 스토리가 많아 블로그 글로는 감당이 어렵네. 날은 밝고 뭔가 하나 올려야 하는데, 이제야 방향을 잡았네. 왕산에 있는 ‘초의선사탄생지’가 너무 썰렁해 거기서 뭔가 한판을 벌려 사람들을 모아보세. 친구 승희도 합세하여 ‘작은음악회’라도 개최해 보세. 이름하여 ‘초의선사와 함께하는 시가 있는 음악회’말일세. 그래서 자네가 초의가 시 몇 수를.. 더보기

LI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