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잠일기(栢蠶日記) 썸네일형 리스트형 주룡의 여명 참으로 신비하다. 어제는 일로 하늘에 저녁노을이 불타오르더니 오늘은 거짓말처럼 안개가 걷혔다. 5시 40분이 되면 주룡 조형물을 비추는 조명등은 꺼진다. 오늘도 정확하다. 여명과 함께 철교 위의 하늘은 빛의 향연이 시작된다. 완연한 일출은 없지만 나루터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신비 그 자체다. 주룡의 변화무쌍한 하늘을 구태여 묘사할 필요는 없다. 사진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나는 알고 있다. 무영교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한 폭의 산수화가 연출된다. 날이 밝아지면서 상사바위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지금 둘레길을 조성 중이다. 통행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지만 조금 무리를 해서 철 칸막이를 뛰어넘는다. 둘레길 바닥은 장판처럼 매끈하다. 벌써 세 번째 이 길을 걷는다. 멀리 은적산으로 시선을 돌린다. 은적산... 더보기 주룡마을의 노을 소포(嘯浦)는 임진왜란의 공신(功臣)인 나덕명의 호다. 자는 극지(克之)이며, 귀암(龜菴)이라는 또 다른 호가 있다. 기골이 장대하여 담력이 컸으며, 29세인 1579년(선조 12)에 진사시(進士試)에 합격하여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가 되었으나 그것이 마지막 벼슬이었으며, 일생을 야인으로 살았다. 아버지 금호공 나사침((羅士忱)의 장남으로 1551년(명종 6) 나주에서 태어나, 1610년(광해군 2) 향년 60세의 나이로 여생을 마쳤다. 주룡나루에서 도보로 100m 걸어가면 2번 국도가 나온다. 그 도로의 지하를 건너가면 큰 망모산과 작은 망모산이 보인다. 이 두 산을 사이에 두고 아담한 마을 하나가 자리 잡고 있다. 마을 앞은 수령 500년 이상의 웅장한 당산나무가 버티고 있다. 첫눈에 봐도 예사로운 .. 더보기 주룡, 안개에 젖다 안개가 어제보다 더 자욱하게 깔렸다. 전망 좋은 집에도, 영산강 하구언에도, 주룡나루 가는 길에도 온통 안개뿐이다. 오늘은 청호철교도 보이지 않는다. 주룡산도 보이지 않는다. 은적산도 보이지 않는다. 망모산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날은 처음이다. 일기예보는, 태풍 ‘찬투’가 북상한다고 한다. 안개가 많으면 낮에 구름이 많다고 했는데... 어제는 낮에 뭉개구름이 하늘을 장식했다. 전망 좋은 집에서 본 하늘은 꿈의 파노라마였다. 주룡나루에서 강 쪽의 가시거리는 5m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룡나루의 조형물은 참으로 선명하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적벽정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벽정과 두령량의 안내판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주룡’의 역사를 서술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주룡.. 더보기 우리들의 꿈 세상엔 우연(偶然)과 필연(必然)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어떤 현상이나 일의 결과에 대하여 우연과 필연을 해석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가 에서 했던 말을 인용한다. “본래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정말이다. 왜가리의 비상하는 모습을 가까이 찍고 싶었다. 창공을 비상하는 왜가리의 힘찬 에너지를 포착하고 싶었다. 비둘기나 갈매기의 비상하는 모습은 휴대폰 카메라로 담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경계심 많은 왜가리는 인간의 근접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망원렌즈라면 혹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더보기 영산강 운무(雲霧) 안개가 자욱하다. 오늘은 다른 날보다 유독 심하게 깔렸다. ‘금호도와 낙조’를 블로그에 올리고 또 ‘주룡’으로 향했다. 안개 탓인지 하늘이 예전과 다르다. 아름답다는 표현보다는 그로테스크(Grotesque) 그 자체였다. 주룡에 도착할 때는 그랬다. 그렇게 ‘카오스(Chaos)’적인 건 처음이다. 그런데 서서히 안개가 자태를 단장하기 시작했다. 새색시 머리 감고 분 바르는 것처럼. 황홀한 광경이 내 가슴으로 다가왔다. 차분하게, 차분하게! 나는 그 광경을 크로키 하듯 담았다. 아무도 없는 그곳에서 선조들이 잠들어계신 주룡에서 꿈을 꾸듯 찰나의 순간을 가슴에 담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멀리서 새 한 마리가 주룡나루를 향해 비상해 오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무슨 새인지는 알 수 없었다. 참으로 순식.. 더보기 금호도(錦湖島)의 낙조 금호도(錦湖島)에서의 한나절 문득 ‘한나절’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하룻낮의 절반이니 6시간을 의미한다. 어제는 해남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산이면(山二面의 금호도(錦湖島)다. 예전엔 섬이었지만 육지와 연결된 지 이미 오래다.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목포를 벗어나고 싶을 땐, 고하도나 이곳을 자주 찾는다. 아내와 움직일 땐 항상 막걸리 한 병과 안줏거리를 준비하여 경치 좋은 곳에서 한잔한다. 그러나 금호도에 갈 때는 예외다. 가는 길에 맛집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내장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장탕은 하루 50인분만 팔기 때문에 오후에는 먹을 수 없다. 어제 우리는 국밥 대신 순대 안주를 시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블로그 ‘가을과 바다’는 순대 안주를 기다리며.. 더보기 가을과 바다 가을 바다를 찾아 해남에 왔습니다. 주룡나루의 새벽은 항상 혼자입니다. 아내의 체력은 저와 다릅니다. 아내가 함께 움직일 때, '엿장수'의 역할은 항상 아내입니다. 가위 대신 운전대를 잡은 아내가 엿장수이지요. 그러나 좋은 점이 더 많습니다. 가장 좋은 점은 술 한잔의 여유가 있다는 점이죠. 오늘은 가을바람을 타고 해남으에 왔습니다. 바다는 역시 강과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그 바다의 가을을 블로그에 올립니다. 시원한 바닷바람이 온 몸에 느껴집니다. 가끔씩 바다와 하늘을 함께 보는 것도 삶의 활력소가 됩니다. 시간이 없다고요? 시간은 우리 몸속에 있습니다. 시간을 꺼내 공간을 지배하세요. 시간과 공간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시간.. 공간.. 멋진 가을 되세요. 더보기 휴대폰 카메라 어젯밤 '황금새를 아시나요?'를 (사)한국공연예술원 단톡에 올렸더니 양혜숙 이사장께서 "사진술이 날로 좋아지고 있다"면서 카메라가 좋은 거냐고 물으셨다. 양 이사장님은 한국 연극평론가의 대부로 이화여대 독문과 교수 출신이시다. 서울대를 나오셨고, 독일 유학파시다. 80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한국연극의 미래를 위해 지금도 평론을 하시고, 공연예술의 현장에서 활동하신다. 나는 공연예술원의 창립 이사로 참여해 왔다. 25년 전의 일이다. 양 이사장님과 나는 허물이 없는 사이다. 내 아내 이름까지도 기억하고 계신다. "휴대폰 카메라입니다." 그랬더니, "나상만 선생의 마음이구나!♡" 하셨다. 그렇다. 나는 휴대폰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화질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순발력 있게 블로그에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 더보기 이전 1 ··· 27 28 29 30 3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