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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갈치만 보지 말고 하늘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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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몰 분기(日沒分記)

 

태양이 바다에서 숨는 순간을 분 단위로 기록했습니다.

 

친구들은 낚시가 여행의 목적이었지만, 저의 경우는 사진 촬영이 더 중요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일이 제 눈에는 연극으로 보입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친구들에게 갈치만 보지 말고 바다와 하늘을 보라고 했습니다.

 

저는 낚시를 하는 동안 우리 역사상 중요했던 인물들이 바다에서 겪은 상황들을 순간순간 느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유진 오닐의 해양 일막극(一幕劇)을 지도하게 된다면 꼭 야간 선상낚시를 데리고 가고 싶을 정도로 많은 것을 느끼게 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연기용어로 과제(課題, Task)와 초과제(超課題, Super-Task)가 있습니다.

둘 다 배우가 무대 위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사항입니다.

 

이걸 이번 여행에 적용해 보겠습니다.

 

    과제 1: 목포 출발하여 광주에 간다.

    과제 2: 친구들과 만나 여수도 간다.

    과제 3: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간다.

    과제 4: 목적지에서 낚시를 한다.

    과제 5: 목적지에서 다시 항구로 돌아온다.

    과제 6: 여수에서 광주로 돌아온다.

    과제 7: 광주에서 목포 집으로 돌아온다.

 

크게 7개의 과제를 설정해 보았습니다. 더 작은 과제들로 세분할 수도 있지요. 어쨌든 이러한 과제들이 하나하나 연결되어 이번 여행이라는 큰 목표가 설정됩니다. 이 큰 목표를 초과제하고 합니다.

 

같은 작품이라도 초과제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배우는 연기의 방향이 달라지며, 연출자는 연극의 색깔을 달리 표현하게 됩니다.

 

이번 여행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름다운 바다에서의 추억을 만들고 집에 가겠다는 저의 초과제가 있었기에 선상낚시가 이제야 나타납니다.

 

갈치를 많이 잡겠다는 일념으로 여행을 했다면,

석양과 일몰, 일출이 눈에 보이지 않겠지요.

 

   오늘 태양이 바다에 숨는 과정을 잘 보셨는지요.

   그런데 사실은 바다가 아니라 구름 속입니다.

   

   여러분도 사진만 보지 마세요.

 

   갈치만 보지 말고 하늘을 보라!”

 

   지금 목포에는

   가을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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