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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으로 말한다

조분화(鳥糞畵) - 작품 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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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 끝자락에서

 

어제 광주에 다녀왔다. 아름다운 분들과 만나 2개의 일정을 소화하고 내려왔다.

 

직접 운전을 했다. 사진 한 장 담을 수 없을 만큼 바삐 움직였다. 그런 탓인지 일찍 잠이 들어 밤 11시쯤 눈을 떴다.

 

무엇을 올릴 것인가?

 

스마트폰을 여니 카톡이 울리기 시작한다. 이거 너무한다. 심하다. 900여 명 이상이 가입한 단톡에서 두 사람이 계속해서 글과 사진을 올린다.

 

자정까지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새벽 2시에 지친 B가 빠져나가고 팔팔한 C가 들어왔다. 그리고 A와 C의 카톡 전투가 새벽 3시까지 이어졌다.

 

어떤 권한으로 타인의 잠을 설치게 할 수 있는가? 어떤 권한으로 남의 휴대폰 공간을 어지럽게 한단 말인가?

 

소리야 무음 처리하면 된다. 문제는 내용과 방식이다. 낯 뜨거운 내용의 욕설과 비슷한 내용의 글과 사진을 난사하듯 올렸다.

 

블로그 사진 고르려다 쓰레기 지우는 일만 하게 되었다. 세워보진 않았지만 수백 통은 훨씬 넘었다.

 

카톡의 내용은 뻔하다. 누가 더 더럽냐는 것이다. 정확히 말해서 대통령이 더 더럽다는 사람과 ‘야당 대표가 더 더럽다는 사람의 무차별 카톡 전쟁이었다.

 

새블로그에 사진 한 장만을 올리고서 휴대폰을 껐다. 아침 일찍 일어나 켜보니 또 엄청난 쓰레기가 쌓였다. 이런 피곤한 일에 또 시간을 뺏겨야 하는가!

 

인간을 만물의 영장이라고 한다. 지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만물 중에 신과 닮은 유일한 영혼을 가진 동물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영혼이 병들고 타락한 지 오래다. 영혼이 없는 짐승 수준의 사람으로 살아가는 인간들이 많아지고 있다.

 

오늘 사진 '작품 124'는  조분화(鳥糞畵)이다. 쉽게 말해 새똥 그림이다. 새가 항문으로 그린 그림이다.

 

오늘 한 컷은 새의 항문보다도 더 더러워지는 인간에 대한 풍자다. 새의 항문이 카톡에 쓰레기를 올리는 인간의 손보다 훨씬 아름답고 위대하다.  내 눈에는 새의 항문이 온갖 거짓과 욕설과 궤변을 늘어놓는 인간의 입보다 훨씬 깨끗해 보인다.

 

여러분은 이 조분화가 작품으로 보이지 않는가. 발레를 하는 여인의 모습이 순백의 질감으로 다가오지 않는가!

 

하늘과 땅을 연결하는 두 다리의 모습이 우리의 시선을 잡는다. 마치 '지상'에 사는 인간의 영혼을 '천상'으로 이끄는 것 같다.

 

인간들아!

만물의 영장으로 복귀하라!

 

새똥이 상징하는 위대한 힘이 느껴오는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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