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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연기의 화신, 백일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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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암 삼호
무안 일로
영암 삼호
영암 삼호
목포 유달동
영암 삼호
영암 삼호
영암 삼호
영암 삼호
영암 나불도
영암 삼호
영암 삼호
무안 삼향
영암 삼호
무안 삼향, 일출

연기(演技)의 화신(花神), 백일홍(百日紅)

배롱나무는 뜨거운 여름날에 꽃을 피운다. 꽃이 오래 핀다고 하여 백일홍 나무라고 하였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배기롱나무가 되었다가 지금의 이름으로 남았다.

배롱나무는 중국 당나라 장안의 자미성(紫微省)에서 많이 심었기 때문에 자미화(紫微花)’라고 불렀다. 고려 말 선비들의 문집인 <보한집>이나 <파한집>에 꽃 이름이 나오는 것을 고려할 때, 그 이전에 들어온 것으로 여겨진다.

권력의 무상함을 빗대는 말인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배롱나무꽃은 7월 초에 피어 여름을 내내 지킨다. 배롱나무꽃이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으로 군림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

보통의 꽃들은 양귀비 미모 자랑하듯 스스로 도도하게 피다가 늙은 기생처럼 추하게 진다. 그런데 배롱나무꽃은 꽃 하나하나가 순서대로 피기 때문에 사람들이 보기에는 100일 동안 피는 꽃으로 보인다.

배롱나무꽃은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며 앙상블을 일구어내며 무대를 퇴장하는 배우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기시킨다. 그들은 밑에서부터 꽃봉오리가 벌어지며 점점 위로 피어 올라간다. 다른 꽃처럼 꽃대마다 동시에 피지 않고 자신의 차례를 기다린다. 이러한 그들의 연기 하나하나가  이어지면서 100일이라는 여름 향연의 장막극을 연출하게 되는 것이다.

배롱나무는 줄기도 예쁘다. 오래된 줄기의 표면에서 얇은 조각이 떨어지면서 흰 얼룩무늬를 만들며 매끈해진다. 그 나무껍질의 모습을 보고 파양수(怕瀁樹)’, 다시 말해 간지럼 나무라고 했다. 일본 사람들이 원숭이 미끄럼 나무라고 불렀다고 하는데, 아마도 원숭이가 떨어진 나무는 배롱나무인가 보다.

배롱나무의 전설은 담양의 명옥헌을 소개하면서 언급하겠다. 명옥헌의 배롱나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 배롱나무의 명소는 대개가 남쪽이다. 여름을 지키는 만큼 추위를 타기 때문이다. 아니 또 다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왜 산소나 정자, 제각에 배롱나무가 많은 것인가? 

배롱나무꽃은 한 마디로 연기(演技)의 화신(花神)이다.

작은 역할은 없다. 단지 작은 배우가 있을 뿐이다.”

스타니스랍스키의 유훈(遺訓)을 가장 잘 따르고 있는 배롱나무꽃을 사랑한다. 스타니스랍스키가 배롱나무꽃을 보았다면 분명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작은 역할은 없다. 단지 작은 꽃이 있을 뿐이다.”

백일홍이 펼치는 연극이 남녘에서 공연되고 있다. 주제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꽃만 보지 말고 꽃이 은유하는 메시지를 들으시길!  배롱나무꽃에서 오늘도 리더십의 한 덕목을 깨우친다..

이번에는 화()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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