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백잠일기(栢蠶日記)

사이(間)의 미학

728x90

영산강 끝자락, 2022년 7월 9일 05시 58분

 

 

 

 

 

 

영산강 끝자락, 2022년 7월 9일 06시 12분

시간(時間, Time)

공간(空間, Space)

인간(人間, People)

 

서양 사람들이 동양을 따라올 수 없다. 시간과 공간과 인간의 공통분모로 사이()를 설정한 동양의 지혜가 오묘하다.

연극은 시간의 예술이자 공간의 예술이다. 그 중심에 인간이 있다. 그래서 연극은 종합예술이라고 한다. 나는 더 나아가 삼간(三間) 예술이라고 주장한다.

연극과 무용의 경계선은 무엇일까?

인간의 몸을 매체로 하는 공통의 특질이 있다. 다만 무용은 인간의 소리(언어)를 배제하고 몸 자체에 중점을 둔다.

젊은 시절 인간의 신체와 움직임에 관심을 두고 공부했다. 무술과 무용을 연기자의 훈련에 접목하여 한국에 신체훈련이라는 개념을 인식시켰다.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를 공부하면서 프세볼로드 메이예르홀드와 예르지 그로톱스키를 넘나들었다. 메이예르홀드의 생체역학(Biomechanics)이나 그로톱스키의 ‘Poor Theatre’도 결국에는 스타니스랍스키의 신체적 행동법(The Method of Physical Actions)으로 귀결된다.

7월 9.

새벽과 아침 사이()

강과 하늘의 사이()

도약과 비상의 순간(瞬間)

연기하는 왜가리의 모습을 포착하였다.

아름다움의 극치다.

이것이야말로 예술이 아닐까!

메이예르홀드의 생체역학을 배우들이 배워야 한다. 우리나라 무용인들도 생체역학을 알아야 한다. 절대로!

삶의 리얼리티가 무대의 리얼리티가 될 수 없다. 그러나 삶의 관찰, 동물의 관찰은 연극도 무용도 필요하다. 그러한 측면에서 왜가리의 도약과 비상은 우리 무대예술인들에게 최고의 선생이 될 것이다.

무대만이 아니다.

왜가리의 도약과 비상은 일반인에게도 교훈을 준다. 모든 에너지를 쏟아 자신의 몸을 가장 가볍게 만들어 허공을 향해 날아오르는 왜가리의 의지에 박수를 보낸다. 허공에 펼쳐진 그의 도약과 비상은 공간예술의 최고봉이다. 이처럼 완벽한 생체역학의 극치가 또 있을까?

그러나 정신과 육체는 동전의 양면이다. 왜가리의 내면이 아름다운 몸으로 구현된 것이다. 내가 궁극적으로 본 것은 왜가리의 내면이다.

왜가리의 모습을 사이()의 미학으로 이름 지어 올린다.

7월의 두 번째 일요일입니다.

신이 공평한 건 누구에게나 똑같은 시간과 자신의 의지에 따라 스스로 공간을 이동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했습니다. 오늘도 멋진 공간에서, 멋진 시간 만드세요!

여러분의 멋진 시간과 공간을 응원합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