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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우리에게 소중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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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4시에 일찍 일어났습니다.

담배가 떨어져 밖에 나왔다가 고생을 좀 했습니다.

휴대폰과 아파트 터치키를 놓고 나와 집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너무 이른 새벽이라 아파트 벨을 누를 수 없습니다. 은행 지점장을 정년퇴직한 아내는 늦잠자는 것이 소원입니다.

자동차 열쇠는 가지고 나와 다행입니다. 고민하다가 평화광장으로 핸들을 돌렸습니다.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찬 바람만이 매섭게 붑니다. 해수면이 어제보다 3m는 낮아졌습니다.

450분에 돌아와 아파트 벨을 눌렀습니다. 신호가 3번 울렸지만, 반응이 없어 담배를 샀던 24시 체인점으로 갔습니다. 아르바이트생에게 휴대폰을 빌려 아내에게 전화를 겁니다. 신호만 갑니다.

다시 아파트로 돌아와 벨을 누릅니다. 역시 반응이 없습니다. 두 번 더 시도하다가 담배 피우는 정자로 왔습니다. 휴대폰만 가지고 나왔으면 어디론가 갈 수 있는데, 참 난감합니다. 복암리 고분에 대한 글을 써 블로그에 올릴 예정이었습니다.

날씨가 더 추워집니다. 휴대폰의 소중함을 절감합니다. 집과 아내의 고마움도 피부로 느낍니다. 이것도 경험이니 이 시간을 즐기자. 차를 몰고 목포 시내를 드라이브합니다. 차가 있다는 거, 1시간 후면 아내가 있는 따뜻한 집으로 갈 수 있다는 것도 행복입니다.

시간이 남아 24시 해장국집에서 순두부찌개로 아침을 먹었습니다. 아내 것도 살까 하다 그만두었습니다. 아내는 배달음식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목포에 이사 온 지 1년이 다 되지만 단 한 번도 음식 배달한 적이 없습니다.

그래도 시간이 남아 영산강 하구언으로 향했습니다. 촬영할 만한 건 없지만, 휴대폰이 없으니 제가 할 일이 없고, 할 일이 없으니 춥기만 합니다.

6시에 아파트로 다시 돌아와 또 아파트 벨을 누릅니다.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반응이 없습니다. 이제 걱정이 들기도 합니다. 아내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것 같습니다.

초조하게 담배를 피웁니다. 누군가가 나오지 않을까 하며 아파트 입구를 자주 바라봅니다. 마침내 출근하기 위해 밖으로 나오는 분이 계십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드리고 부리나케 승강기 버튼을 누릅니다.

현관 벨을 누릅니다. 두 번 신호가 가자 문이 열립니다. 정다운 얼굴이 보입니다.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의 소중함을 체험한 시간이었습니다. 아내도 휴대폰도 아파트 열쇠도 소중합니다. 자동차도 소중하고 담배는 물론 라이터도 소중합니다. 우리는 간혹 주변의 소중함을 망각합니다.

고분 전시관의 팜플렛을 촬영했습니다. 고분에 대한 글을 쓰는 것보단 내 이야기를 쓰는 것이 더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천 오백 년 전의 인간들도 상황은 다르지만, 우리와 같은 일상이 있었겠지요.

먼 훗날 제 사진과 글들을 보고 우리의 후손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요? 여러분은 후손들에게 무엇을 남기실 건가요?

일기장 하나라도 남겨야 합니다. 여행 사진 한 장이라도 남겨야 합니다. 그것이 훗날 우리 시대의 역사가 되겠지요. 저 고분 속에서 나온 역사의 편린(片鱗)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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