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큰 스승이 두 분 계신다. 단재 신채호 선생과 콘스탄틴 스타니스랍스키다. 단재는 나에게 민족의식을 심어주신 분이고 스타니스랍스키는 나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신 분이다.
젊은 시절에 쓴 소설 <혼자 뜨는 달>과 희곡 <초신의 밤>의 주인공은 ‘선랑(仙郞)’이다. 단재의 <조선상고사>에서 영감을 받아 작명한 젊은 시절의 아호(雅號)였다.
소설 <혼자 뜨는 달>의 성공으로 나는 러시아로 유학을 갈 수 있는 경제적 발판을 마련했다. 러시아에서 ‘스타니스랍스키연극상’을 제정하고, 스타니스랍스키 연구로 학위를 받았고, 귀국하여 한국에‘스타니스랍스키연기원’을, 미국에‘스타니스랍스키연기대학’을 창설하여 연기교육의 체계화에 땀을 흘렸다.
두 스승의 가르침은 지금도 내 인생의 지표가 되어 나의 교육적, 문학적, 예술적 활동의 튼튼한 토대로 작용한다. 직접 배우지 않았지만, 두 분의 가르침이 내 인생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명철 교수께서 밤늦게 시 한 수를 카톡으로 보내주셨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순국일에’라는 부재가 붙은 시였다. 아무런 설명이 없었지만, 어떤 느낌이 왔다. 그래서 “미리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짧은 글과 사진 한 장으로 답신을 보냈다. 윤 교수님과 영적 교류가 이루어진 셈이다.
역사학자인 윤명철 교수의 단재 사랑은 일반인과 다르다. 우리의 현실이 얼마나 참담했으면 ‘단재의 혼을 불러 슬피 운다’는 의미의 제목을 다셨을까!
깨어있는 국민들의 각성을 촉구하며 이 시를 올린다.
초혼 단재 애곡(招魂丹齋哀哭)
-단재 신채호 선생 순국일에
윤명철
꿈을 꾼다.
자주는 아니지만. 마음이 편치 않을 때,
나라가 걱정될 시기엔
때때로 꿈을 꾼다.
굽은 허리로
허물어져 가는 초가집 지붕에 올라서
하양 헝겊쪼가리들로 칭칭 동여 묶은 굵은 청솔가지를
검은 허공에 내젓는다.
훠이 훠이.
그리고 애곡(哀哭)한다.
애간장 녹이며 허공을 향해
머릴 조아리고 절을 한다.
모셔오려고.
그분, 단재의 혼을 모셔오려고.
단군의 땅, 고구려 땅, 발해 땅에서
왜놈들이 가둬놓은 얼음 감옥에서
수염에 굵은 고드름 단 채로 돌아가신
그분의 언 넋을
팔팔 달군 온돌에서 녹여드리고 싶어.
또 염치는 없지만.
당신도, 역사도, 민족도, 위기감도 망각한
이 사람들에게
당신의 혼불을 다시 지펴
시대의 횃불 올릴 수 있을까 하고.
오늘도
여명 스며든 봉창을 찢어대는
기러기들 울음에 선잠 깨면서
걷어찬 이불자락 끌어
젖은 얼굴 파묻는다.
2022, 02, 21
선문답 하나:
후보가 없다. 애국 후보가 없다. 참모가 없다. 똑똑한 참모가 없다.
오늘 같은 날, 오늘 같은 날. 단재가 답이다. 단재의 묘소가 답이다. 격이 달라질건데, 격이 달라질건데......
청원 하늘에 구름이 끼었구나...... 저녁 8시에 언급만해도, 언급만해도....
돌 굴러가는 소리가 천지를 진동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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