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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주룡, 안개에 젖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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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룡 가는 길

 

주룡 가는 길

 

 

주룡 가는 길

 

 

 

 

 

 

 

 

 

 

주룡나루의 유래

 

 

 

  안개가 어제보다 더 자욱하게 깔렸다.

 

  전망 좋은 집에도,

  영산강 하구언에도,

  주룡나루 가는 길에도 온통 안개뿐이다.

 

  오늘은 청호철교도 보이지 않는다.

 

  주룡산도 보이지 않는다.

  은적산도 보이지 않는다.

  망모산도 보이지 않는다.

 

  처음 있는 일이다.

  이런 날은 처음이다.

 

  일기예보는, 태풍 찬투가 북상한다고 한다.

  안개가 많으면 낮에 구름이 많다고 했는데...

 

  어제는 낮에 뭉개구름이 하늘을 장식했다.

  전망 좋은 집에서 본 하늘은 꿈의 파노라마였다.

 

  주룡나루에서 강 쪽의 가시거리는 5m도 되지 않았다.

  그런데도 주룡나루의 조형물은 참으로 선명하다.

 

  시간이  점차 지나자 적벽정이 자태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적벽정과 두령량의 안내판도 선명하게 보인다.

 

  이제  주룡의 역사를 서술할 시점이 된 것 같다.

  주룡나루가 더 이상의 풍광을 보여주지 않는 의미를 나는 나름대로 해석한다.

  안개가 신호를 보내는 것이 아닐까.

 

  대자연은 안개를 통해 대서사시의 서막을 연출하고 있다.

  주룡나루는 그렇게 안개에 젖어 있었다.

 

  지금까지는 서사(敍事)의 인물과 사건이 본격적으로 등장하지 않았다. 

  단지 주룡의 신비한 풍광을 통해 감정적 일체감, 다시 말해 동화효과와 기대감을 안기며 출발하려고 했던 나름의 장치가 있었다.

 

  본격적인 '주룡'의 이야기로 들어간다.

  주룡나루에는 적벽정(赤壁亭)이란 정자가 있다. 그리고 그 옆에 안내판이 하나 있다.

 

   <주룡마을에 처음 정착을 했던 나덕명이 주룡나루에 적벽정을 짓고 정착함>

 

  다른 안내판에는 주룡나루의 유래를 한글, 한문, 영어로 설명하고 있다.

 

   <대동여지도(大東輿地圖)에서 주룡진은 남쪽 50리에 있으며, 영암의 경계로 통한다고 되어 있는데, 무안군 일로읍 청호리 주룡마을과 영암군 학산면 매월리 미교마을을 왕래하던 나루이다.

 

   주룡은 두령량(頭靈梁)으로도 불리는데, 두령량 물길은 동쪽의 영암 은적산과 서쪽의 무안 주룡산 상사바위 사이를 흐르는 물길로, 영산강 중상류의 물들이 모두 지나가는 약 438m의 좁은 협수로로 물살이 매우 위험한 곳이었다.

 

   지명과 관련해서는 용이 머물 만한 곳이라는 뜻에서 유래했다는 설, 왕건이 머물렀던 것에서  용이 머문 곳에서 유래했다는 설, 영산강을 용의 형상으로 보고 지명이 유래했다는 설 등이 있다.

 

   이곳 주룡나루는 1980년 영산강 하굿둑이 완공되면서 나루 기능이 상실되었으며, 옛 나루터의 석축 흔적만이 남아 있다.>

 

  주룡의 형상이 오늘따라 너무나 선명하다.

  여의주를 물고 지금이라도 안개를 뚫고 하늘로 오를 기세다.

 

  적벽정으로 자리를 옮긴다.

  주룡의 형상만 보일 뿐, 강 쪽은 온통 안개다.

  처음 있는 현상이다.

 

  내가 앉아 있는 적벽정은 원래 이 자리에 있지 않았다.

  바로 뒤, 저 산 바위 위에 있었다.

 

  지금 앉아 있는 곳은 원래 강이다. 아니 밀물 때는 바다가 되기도 했다.

  목포로부터 밀려온 조류는 영산포까지 바닷물을 끌고 갔다.

 

  저 바위 위에 적벽정을 짓고,

  영산강을 바라보던 나덕명(羅德明)

  그는 누구인가?

 

  주룡나루의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 백잠일기 초(抄) -

                                                2021912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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