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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우리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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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엔 우연(偶然)과 필연(必然)이 있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에 따라 어떤 현상이나 일의 결과에 대하여 우연과 필연을 해석한다.

 

  나도 예외는 아니다.

  헤르만 헤세(Hermann Hesse)<데미안>에서 했던 말을 인용한다.

 

  “본래 우연이란 없는 것이다.

   무엇인가를 간절히 필요로 했던 사람이 그것을 발견한다면,

   그것은 우연히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소망필연이 그것을 가져온 것이다.”

 

   정말이다.

   왜가리의 비상하는 모습을 가까이 찍고 싶었다.

   창공을 비상하는 왜가리의 힘찬 에너지를 포착하고 싶었다.

 

   비둘기나 갈매기의 비상하는 모습은 휴대폰 카메라로 담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경계심 많은 왜가리는 인간의 근접을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망원렌즈라면 혹 가능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도 2m 미만의 근접 촬영은 불가능하다.

 

   마침내 휴대폰 카메라로 그 순간을 포착하였다.

 

   휴대폰 '상세정보'를 확인해 보니 오전 619분에 청호(靑湖) 철교의 황홀한 광경을 찍고 있었다.

   어떤 느낌이 들어 상사바위 쪽으로 잠시 시선을 돌렸다. 그런데 그 왜가리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겠다는 듯이 렌즈를 향해 돌진해 오는 것이다.

 

   나는 본능적으로 피사체를 향해 카메라 각도를 잡았다.

   어제 공개했던 사진처럼 왜가리가 바로 내 앞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내 주위를 빠른 속도로 한 바퀴 돌더니 다시 내 앞으로 왔다.

 

   왜가리는 나 찍어 줘! ” 하는 식으로 최고의 포즈를 취해 주었다. 완벽한 연기였다.

   우리는 최고의 앙상블로 하나의 위대한 작품을 창조한 것이다. 620분이었다.

 

   헤세의 말을 인용하자면, 내 소망과 필연이 그것을 이룩한 것이다.

 

   그 필연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그 필연을 내가 백잠일기를 써야 하는 절대적 사명이라고 믿고 있다. 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여기에 포함된다.

 

   헤세의 말을 하나 더 인용해 본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싸운다.

    알은 곧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며칠간을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96/ 갈룡산과 망모산 두 선영 참배

   97/ 새벽, <황금새>의 행운

               오후, 13대조 사당인 나주 금호사 방문

   98/ 아침, 갈룡산에 올라 8대조, 9대조, 14대조 묘소 참배

   99/ 오전 620<왜가리의 비상> 촬영 성공

 

   <왜가리의 비상> 촬영 성공을 조상님들의 은덕(恩德)으로 돌린다.

   이 행운과 기적을 그 이상으로 설명할 길은 없다.

 

   오늘 아침  나주에 가야 한다.

   오전에는 나주나씨(羅州羅氏) 삼강문(三綱門)의 비석과 비문을 다시 촬영한다.

   오후에는 대학원 강의가 있다. 첫 수업이다.

 

   아내가 먼저 자며 물었다.

   “내일도 갈 거예요?”

   주룡나루를 말하는 것이다. 물론이다.

 

   주룡나루는 오늘 어떤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줄까?

   벌써 가슴이 설렌다.

 

   그리고 몇 시간 후, 아내와 함께 나주로 향할 것이다.

   아름다운 영산강 강변도로의 가을바람을 맞으며.

 

                                      백잠일기 초(抄)

                                    2021. 09. 10 새벽

 

   ‘왜가리의 꿈<우리들의 꿈>으로 치환해 보았습니다.

   그 꿈이 여러분에게 새로운 희망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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