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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금호도(錦湖島)의 낙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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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호도(錦湖島)에서의 한나절

 

  문득 한나절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하룻낮의 절반이니 6시간을 의미한다.

 

  어제는 해남에서 한나절을 보냈다.

  산이면(山二面의 금호도(錦湖島). 예전엔 섬이었지만 육지와 연결된 지 이미 오래다.

 

  집에서 20분이면 도착하는 곳.

  바다가 보고 싶을 때, 목포를 벗어나고 싶을 땐,

  고하도나 이곳을 자주 찾는다.

 

  아내와 움직일 땐 항상 막걸리 한 병과 안줏거리를 준비하여 경치 좋은 곳에서 한잔한다.

  그러나 금호도에 갈 때는 예외다. 가는 길에 맛집이 많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은 내장탕으로 유명한 곳이다.

  내장탕은 하루 50인분만 팔기 때문에 오후에는 먹을 수 없다.

  어제 우리는 국밥 대신 순대 안주를 시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블로그 가을과 바다는 순대 안주를 기다리며 올린 것이다.

  음식 나왔다고 신호를 보내는 아내에게 잔소리 들으며 올렸던 보람이 있어 다행이다.

 

  내가 금호도를 좋아하는 데는 다른 이유도 있다.

  금호도는 50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무인도로 무안현(務安縣) 문내방(門內坊) 소속이었다.

 

  이제야 말하지만, 우리 9대조 선조 무안공(務安公) 자강(羅自康) 할아버지가 무안현 초대 현감이었다.

  그분이 지금 주룡마을에 잠들어계신다.

 

  금호는 본래 속금(束金)이라 불렀다. 목화를 생산하여 돈을 묶는다는 뜻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60여 년 전, 어떤 사람이 마을의 산세를 둘러본 후 '금호'라 불러야 마을이 부흥할 것이라 하여 개칭했다고 한다.

 

  혹설에 의하면,

  이곳의 바다 경치가 비단 자락을 펼쳐 놓은 듯 아름답고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하여 비단 금()과 물 호()를 합하여 '금호'로 명명했다고 한다.

 

  또 하나의 고백을 하겠다.

  우리 13대조 금호공(錦湖公) 사침(羅士沈) 할아버지의 호가 금호다.

 

  금호공 나사침.

  그분도 지금 주룡마을에 잠들어계신다.

 

  바다 경치가 비단 자락을 펼쳐 놓은 것처럼 아름답고, 물결이 호수처럼 잔잔하여 명명했다는 금호도.

 

  어제,

  아내가 먼저 금호도에 가자고 했다.

  우연의 일치일까?

 

  금호도도 나불도(羅佛島)와 마찬가지로 영산강과 바다가 교류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영산강 지구 간척사업으로 방조제가 생기면서 바다와 강이 구분되었다.

  마치 영산강과 목포 바다처럼.

 

  더욱 신기한 것은 금호도에도 금성산(錦城山)이 있다.

  나주의 진산 금성산과 같은 이름이다.

 

  해발 186m 금성산 정상에는 산성(山城)이 있다.

  바다에서 화원반도와 산이반도로 진입하는 요충지이자, 목포방면의 지형이 한눈에 들어와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었다고 한다.

 

  금호도에서 저녁노을을 즐기면서 줄곧 어떤 상념에 빠졌다.

 

  주룡나루터에서 영산강을 조망하는 일출이 아름답다.

  금호도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석양도 아름답다.

 

  아름다운 두 곳의 일출과 낙조를 배를 타면서 동시에 볼 수 없을까?

  

  그 옛날처럼.

  우리 선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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