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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백로(白露)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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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룡나루에 있는 용 상징물

 

식영정 올라 가는 계단

 

식영정(息營亭)

 

식영정과 푸조나무

 

                           <백잠일기> ().

 

  오늘은 백로(白露).

백로는 24절기의 열다섯 번째 절기로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다. 밤 기온이 내려가고, 풀잎에 이슬이 맺혀 가을 기운이 완연해진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

새벽과 아침은 시원하다는 표현이 무색하다. 반바지를 입으면 춥다.

 

  하지만 낮에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린다. 내가 견디는 늦더위는 풍성한 오곡백과를 만들기 위한 자연의 배려이다. 남을 탓하기 전에 자연의 배려를 배워야 한다.

 

  어제는 종일 바쁜 날이었다.

 

  새벽 2시에 일어났다.

사할린 사진 정리하고, 블로그 하나 올리는데 3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주룡나루에 도착했을 때가 5시 전후였다.

주위는 온통 캄캄하다. 유일한 불빛은 조형물을 비추는 조명 뿐이다.

 

  어둠 속에서 사진을 담는다.

일출은 없지만, 별 다른 풍광은 없지만 내 눈에는 미세한 변화들이 느껴진다.

 

  주룡나루는 날마다 다르다.

아니다. 날마다 새롭다.

 

  스타니스랍스키는 배우가 무대에 설 때마다 새롭게 살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본인의 대사를 이미 다 외우고 있지만, 상대방의  대사를 새로 듣고. 새로 생각하고, 새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배우가 무대에 설 때마다 무대의 상황을 새롭게 인식해야 한다는 스타니스랍스키의 말은 영원한 진리다. 인간은 일상 속에서 매 순간을 새롭게 살아가야 한다. 어제의 되풀이가 아닌.

 

  주룡나루에서 영산강과 능소화’를 블로그에 올리고 갈룡산과 망모산을 찾았다. 두 산에는 주룡나루의 역사를 쓰신 두 분이 잠들어 계신다.

  두 선산의 벌초 사진을 촬영하고 귀가할 때는 9시였다.

 

  아침을 먹고 아내와 함께 나주로 향했다. 일로장을 거쳐, 몽탄(夢灘)에서 영산강 강변도로를 탔다.

영산강의 강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평일이라 지나가는 차가 거의 없다.

 

   오랜만의 나주행이다.

 지난 학기 매주 금요일이면 아내와 함께 이 도로를 달렸다. 대학원 수업 하나만을 한다.

 지난 학기는 공연연출론이고 이번 학기는 교육연극개론이다.

 

   나주까지 강의를 나가는 이유가 하나 있다.

 천년고도 나주는 호남의 역사가 살아있는 곳이다.

 그리고 내 선조들의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식영정(息營亭)에서 휴식을 취하고 또 사진을 찍었다. 참으로 많이 찾았던 정자다.

 500년 수령의 팽나무와 푸조나무 속에서 영산강을 조망하는 운치가 참으로 좋다.

 

  나주 남내동에 있는 금호사(錦湖祠)는 우리 선조들의 사당이다. 일로(一老) 주룡마을에 잠들어 계신 그분과 그 여섯

자제들의 위패를 모시고 배향()을 드리는 곳이다.

 

  금호사 건물 전체를 다시 촬영했다. 부조묘(不祧廟)와 삼강문 그리고 묘정비(廟庭碑)와 표지석, 기적비(記蹟碑)4면에서 다시 찍었다. 모기와 벌레에 물린 자국이 지금까지도 가렵다.

 

  강의를 통역(通譯)할 중국 유학생 조() 양을 만나 저녁을 함께 했다.

이번 학기에 중국 유학생 2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러시아, 미국 학생들은 가르쳐 보았지만, 중국 학생은 처음이다.

 

  다시 강변도로를 타고 몽탄 식영정(夢灘 息營亭) 에서 잠시 쉬고 일로까지 왔다.

맥포리 선산을 거쳐 고향인 유교리로 향했다.

사촌 형 집에서 전어구이를 먹었다. 일로장에서 산 전어가 나주까지 동행했다가 유교에서 임무를 마친 셈이다.

 

  목포로 돌아오는 길은 참으로 시원했다.

맨소래담을 바른 다리가 가렵긴 했지만, 차창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확연한 가을이었다.

가을이 온 것이다.

 

  나는 오늘도 주룡나루에 간다.

여의주를 입에 문 그가 나를 반길 것이다.

 

  백로 새벽에

  어제를 회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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