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 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받기 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꽃피고 낙엽지는 걸
되풀이해서 봐 온 햇수를 생각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내년에 뿌릴 꽃씨를 받는 내가 측은해서 시를 읽는다.
' 스타니스랍스키와 함께하는 시낭송 교실 '
시낭송 발표회가
딱 일 주일 남았다.
아내도
시낭송 교실에 함께하고 있다.
박완서 작가의
'시를 읽는다'는
아내가 발표할 시(詩)이다.
시를 읽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시낭송 공연이다.
시는 누구나
어디선지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공연은 많은 사람 앞에서 향해진다.
시를
눈으로 읽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자신의 악기인
온몸으로 표현하는 일이
시낭송 공연이다.
속옷을 먼저 입고
외투를 걸쳐야 한다.
요즘의 시낭송 교육이
외투를 걸치는 기교에 집중하고 있다.
스타니스랍스키와 함께하는
시낭송 교실은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수업의 과정을 중요시한다.
'시(詩)가 흐르는 에튜드'는
그러한 수업의 연장선이다.
-
- 낭송가의 악기는
'입'이 아니고
자신의 '온몸'이다. -
희곡만 읽으면 되는데
사람들은 왜 공연장에 가는 것일까.
그것은
희곡 속의 대사에 숨어있는
'잠재된 의미'를 찾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시를 읽기만 해도 되는데
우리는 왜 시낭송 공연을 보어야 하는가?
그것은
시의 행간(行間)에 숨어있는
'잠재된 의미'와 '정신생활'을
낭송가의 악기를 통해 찾기 위해서다.
사진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작가는 사진 속에
언어를 숨기고 있다.
그 '잠재된 의미'를
찾는 일이 행복이며 힐링이다.
사진을 읽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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