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그래왔듯이
척박한 땅에
씨를 뿌리고 물을 주는
농부의 심정으로 연극을 만들었다.
고향에서의 첫 작업을
잘 마쳤다.
광주와 나주
멀리
부산에서도 찾아주셨다.
열 번
술 사주는 친구보다
공연장을 찾아주는 친구가 더 고맙다.
그러나
애걸하면서까지
연극을 하고 싶지 않다.
연극의 생명은 현장성이다.
살아있는 배우와
살아있는 관객의 만남.
그래서
우리는 극장을 찾는다.
이곳은
연극을 평론하는 사람이 없다.
다행히
박관서 시인이
카톡에 공연 관람후기를 올렸다.
그대로
여기에 옮긴다.
어제 무안동학 연극 <창포만에 뜨는 달>을 잘 보았습니다. 무엇보다 드라마투르기(dramaturgy)가 돋보이는 작품이었습니다.
과문하기는 하지만, 서사가 희미한 무안의 배상옥 장군을 드러내기 위해 장흥의 이방언 장군과 이소사를 엮는다든가, 우리 안의 배신자인 '청조'라는 인물을 창출하는 등의 스토리텔링이야 연극작법 상의 성취이겠습니다만, 그 서사 너머의 또렷한 눈빛과 뜨거운 심장으로 오늘을 사는 이들을 겨냥한 판소리 등의 남도창으로 시작과 끝을 포함하여 주요 요소를 구성했음은, 그대로 무안의 문화적 전통의 하나인 '창극'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읽혔습니다.
더구나 얼마 전에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세계음악극페스티벌에서 정작 무안의 이야기와 무안의 마음이 없는 '남들의 음악극(?)'을 한량없이 들었던 터라 더욱 그러하였습니다. 그러한 지점에서 사전에 나오는 드라마투르기의 정의, 곧 '작품에 대한 이론이나 분석뿐 아니라 관객의 특성이나 취향까지도 연출의 대상으로 포함한다'라는 그 고전적인 이야기를 덧붙이는 까닭입니다.
이래저래 척박하기 그지없는 우리의 문화환경 속에서 오직 몸에서 몸으로 수개월 동안 고생하신 나상만 연출가님에게, 조만간 위로주 한 상을 올리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 박관서 -
내 고향 공연장에
이런 글이 있다니
조금은 힘이 된다.
"미래의 인류양식은 문화예술이다."
시낭송 교실에
다시
전력을 쏟아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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