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이 아니다. 우리가 카톡으로 소통하는 것도, 내가 남악호수에서 고라니를 만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남악호수에서 고라니를 만난 날은 보름날인 8월 18일이었다. 19일 블로그 사진이 많아서 20일에 부처꽃과 고라니 사진을 올릴 계획이었다.
그런데 세상이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슈퍼 블루문이 뜨고 새벽 하늘에 경이로운 풍광이 나타났다. 그래서 고라니와의 만남이 오늘까지 연기된 것이다.
참 기묘한 일도 있다. 꼭 1년 전 오늘 남악호수에서 부처꽃을 보고 다음 날인 8월 24일, 블로그에 소개했었다. 블로그 사진 하나 올리는 것도 때가 있는 모양이다.
1년 전 블로그에 "부처꽃"의 꽃이름에 대한 전설을 소개했었다. 그때도 비가 많이 내렸는지 절에서 백중날 우란분절(盂蘭盆節)에 바칠 연꽃을 구하지 못해 대신 이 꽃을 공양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꽃을 '부처꽃'으로 부르게 되었다.
이 대단한 서사(敍事)를 갖고 있는 부처꽃이 장흥의 탐진강 주변에서 관광과 문화콘텐츠로 재탄생 되길 기대한다. 이미 언급했듯이 부처꽃은 물축제와 만나야 한다. 그것이 정답이고 필연이다.
원래 저수지였던 남악호수가 전남도청의 이전과 함께 호수로 단장되어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를 잡은 지 오래 되었다. 온갖 철새들이 찾아와 공무원들은 물론 지역인들의 생태공원과 쉼터의 역할을 톡톡하게 해왔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남악호수의 바닥이 드러날 만큼 물이 빠졌다. 알고보니 호수의 일부를 막아 주차타워를 짓는다고 한다.
참으로 위험한 발상이다. 주변에 빈 공간이 많은데 하필이면 호수를 매꾸어 주차장을 만들겠다는 것인가.
더 위험한 것은 매립하려는 그곳에 영산강으로 통하는 배수구가 있다. 기후 변화로 가뜩이나 폭우가 쏟아지고 있는데 오룡산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을 어떻게 처리하겠다는 것인지...
원래 호숫가에 피던 부처꽃이 물이 빠지자 호수 전체로 번지고 있다 철새들은 이미 어디론가 떠났다. 거위 두 마리와 토가리 한 마리가 물 빠진 호수를 외롭게 지키고 있다.
공사가 끝나고 호수에 다시 물을 채우면 호수의 부처꽃들은 물에 잠길 것이다. 불쌍한 고라니들은 어디에서 쉬어야 하는가?
남악의 명소 하나가 사라지고 있다. 물 빠진 고인 물에 녹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생식물인 부처꽃의 덕분이다.
탐진강에 수련, 남개연, 부처꽃이 피어야 한다. 부처꽃의 스토리가 장흥 물축제의 소중한 콘텐츠로 탄생되길 기대한다.
인연이 있어야 만난다. 인연이 있으면 사람도 꽃도 동물도 만나게 되어 있다.
자연이 살아야 지구가 산다. 지구가 위험하다. 생태 파괴가 지구의 온난화를 재촉하고 있다.
지구가 위험하다. 사람도 동물도 꽃도...
왜 '부처꽃'이라고 부르는가?
1년 전의 블로그를 꼭 방문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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