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를 마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찍 저녁을 먹고 영산강 끝자락의 자전거 터미널로 갔다. 땡볕에 달구어진 반달이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시간이 경과되자 반달의 색깔이 더 노랗게 변한다. 그래도 타지 않고 군고구마처럼 진노랗게 익어간다.
밤 11시부터 우주쇼가 벌어진다는 매스컴의 호언장담을 무색하게 만들며 하늘은 잔뜩 흐린 날씨였다. 월몰(月沒) 후에도 혹시나 하던 별똥별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야말로 '생쇼'를 한 셈이다.
처음엔 나불도에 가려고 했었다. 불빛이 많은 도심보다는 확트인 벌판이 좋다고 해서. 아내 말에 따라 봉수산에 갔다면 어찌 되었을까.
집으로 돌아와 워싱턴주의 크레센트 호수를 급하게 소환한다. 하늘이 대우주라면 캠프파이어의 화덕은 소우주였다. 그날의 불꽃 향연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다. 타오르는 불꽃이 아니라 방금 핀 꽃이다.
명옥헌의 백일홍이 부럽지 않다. 여름내내 피지 않아도 좋다. 뜨거운 낮은 반납하고 한여름 밤, 순간 피었다가 미련없이 지는 꽃..
숨겨둔 크레센트 호숫가의 불꽃을 꺼낸다. 한 폭만 공개했었는데, 오늘 11폭을 선보인다. 나머지는 시원한 가을에 올릴 예정이다.
꽃이 뜨겁다는 독자들을 위해 크레센트 호수도 함께 소환한다. 오늘에야 밝히지만 크레센트 호수는 오랜 기간 빙하가 녹아 고인 호수이다. 호수의 물이 맑고 시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캠핑카에게 작별 인사도 못했다. 이동은 물론 잠자리까지 제공한 GMC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새벽까지 1시간 단위로 밖에 나가 하늘을 쳐다보았지만, 우주쇼는 진행되지 않았다. 보너스로 크레센트 호수의 밤하늘도 한 컷 올린다.
시원한 크레센트 호수에 발을 담그며 예쁜 불꽃으로 힐링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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