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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튜드가 있는 미술관

그들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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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 레이니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 무엇일까? 누군가가 꽃이라고 말했다.

그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어떤 꽃일까? 글쎄 사람마다 꽃을 평가하는 기준이 다르니까. 그걸 따지자면 시끄러워진다.

인간은 참 특이한 동물이다. 인간만이 최고를 선호하고 1등을 찾는다. 쌍둥이 형제도 먼저 나온 놈이 형님이다.

유사이래로 동서고금을 통하여 권력을 쥔 놈이 왕이 되어 세상을 지배해 왔다. 근래에 들어 선거를 통해 대통령이나 정치인들을 뽑지만 실상은 1등 놀음의 하나에 불과하다.

4년에  한 번씩 경기를 치르는 올림픽은 어떤가? 그래도 스포츠는 신사들의 싸움이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올림픽도 등수 놀음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참 재미있는 동물이다. 세상의 모든 기준을 자신들에게 두고 평가하고 싸운다.  법과 규칙을 만들고서도 그걸 갖고 다시 싸우는 존재가 인간이다.

날씨가 덥다고 하늘이나 태양 탓을 한다. 그러나  태양은 그러한 비난에도 개의치 않고 오늘도 지구에 떠오른다.

높은 레이니어의 산에 핀 야생화가 참으로 아름답다. 그러나 그들은 스스로가 최고라고 하지 않는다. 말없이 피고 말없이 진다.

억수같은 소낙비에 불어난 옥암천의 급류에도 수련과 남개연은 오늘도 건재하다. 그들 역시 스스로에게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어제는 초승달도 열을 받았는지 색깔이 다르다.  어찌나 더운지 잠시 나타났다 일찍 숨는다. 초승달의 침묵이 궁금스러운 밤이었다.

태양은 만물을 비추고 있다. 모두가 참고 있는데, 지구만 달군다고 지구에 사는 인간들만 떠든다.

말없이 침묵을 지키며 아름다움을 지키는 존재들이 있다.  그들의 침묵에 경의를 보낸다. 그들의 여름에 힘찬 박수를 보낸다.

초승달
작품 - 164
목포 옥암천

 

남개연

 

수련
2024. 7. 11

 

사진만 올리려다 글을 썼다. 그들의 침묵을 대변하고 싶었다면 그것 또한 변명이다.

글이 사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글도 기호의 일종이리고 말한다면 그것 또한 변명이리라.

나의 여름은 끝나지 않았다. 나는 오늘도  레이니어산과 옥암천을 오르내리고 있다. 냉기와 열기의 경계선에서...

2024.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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