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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여기 하나의 역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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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향초등학교 100년의 기록이 마침내 책으로 나온다.  지금 제본을 하고 있는데 기사가 먼저 나왔다.

100년사의 총괄편집인으로 감회가 새롭다. 자료가 부족하여 마음 고생이 많았다.  하지만 나름의 보람도 있었다.

100년의 기록을 약술하면서  동문들이 모르고 있는 삼향초등학교의 설립 배경을 찾아냈다.  하나는 초창기 1, 2학년 150여 명의 수업을 유교리 나주나씨  제각에서 했다는 사실이고, 두 번째는 지금의 학교 교지를  나의 큰할아버지께서 기부했다는 사실이다.

교지를 기부한 사실은 학교 문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문중 제각에서 수업했다는  사실은 말만 전해 들었지 증거가 없었다. 다행스럽게도 100년 전의 역사를 동아일보가 기록하고 있다.

제각의 규모가 얼마나 컸으면  150여 명이 수업을 할 수 있었을까.  국가민속자료로 지정된 유교리 고택보다도 더 크게 보였던, 호남 최고의   이  제각은 내가 6살 때 이건되어 현재는 경기도 용인민속촌에  있다.

<조선상고사>를 저술한 단재 선생의 마음을 이해할 것같다. 광활한 우리의 고토가  남의 나라로 넘어간 지 오래다.  단재는 피눈물을 삼키며 우리의 숨은 역사를  찾아나섰다.

쓰리는 감정을  달래며  100년사의 일부를 발췌하여 여기에 올린다. 특히 초등학교의 명칭 변경에 대한 부분은  일반인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코로나 사태로 삼향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행사가 당초보다 2년 늦게 진행되었다.  행사가 있던 날 새벽, 영산강 끝자락에서 촬영한 사진을 올린다.  지금은 목포시가 되었지만,  100년 전 그때는 삼향초등학교와 동일한 삼향면이 아니던가.

오늘 눈이 내렸으면 좋겠다.  하얀 눈길을 밟으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

'삼향초등학교 100년사' 표지

삼향초등학교 100년의 발자취

 
무안 군내에서 학생들을 교육하기 위해 설립된 최초의 초등학교인 현 목포 북교초등학교는 원래 1879년 무안의 지역 유지들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리고 현재 무안군에서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인 무안초등학교는 1915년 무안공립보통학교로 설립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45년 광복 당시 초등학교로는 무안초등학교, 무안북초등학교, 청계초등학교, 청계북초등학교, 삼향초등학교, 삼향동초등학교, 삼향북초등학교, 일로초등학교, 일로남초등학교, 몽탄초등학교, 몽탄남초등학교, 몽탄북초등학교, 망운초등학교, 운남초등학교, 해제초등학교, 해제남초등학교 등 16개 학교가 있었으나 해방 이후 무안군민의 자녀교육에 대한 인식과 정부의 의무교육 실시 등으로 교육수요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기존 학교만으로는 취학연령 아동을 수용할 수 없어 새로운 학교를 연차적으로 설립하게 되었다.
 
무안군의 초등학교는 1987년 통계에 의하면 총 38개교이며 현재는 농촌인구의 감소로 20여 개교로 축소되어 폐교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2020년 삼향초등학교가 개교 10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삼향초등학교는 무안군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유서 깊은 초등학교다. 1920년 7월 1일 ‘삼향공립보통학교’로 설립 인가된 삼향초등학교가 임성리가 아닌 유교리에 설립된 연유가 있다.
 
보통학교의 설립 시에 가장 큰 문제는 교지(校地)를 확보하는 것과 건물을 마련하는 데 있었다. 당시의 상황은 국가 예산으로는 막대한 자금을 감당할 수 없었다.  따라서 당시 학교가 설립된 곳은 대부분 향교 건물이나 관아를 활용하였다.
 
삼향초등학교의 경우는 조금 특이하다. 1922년 1월 22일 발행의 <동아일보> 4면에는 삼향초등학교 초기의 교사(校舍)와 현 위치로의 이전 소식을 ‘삼향공보통교(三鄕公普校) 이전(移轉)’이라는 제목으로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동아일보에 따르면 삼향초등학교의 설립 당시 교사는 유교리 유교마을과 관동마을 사이의 ‘숲쟁이’에 있는 나주나씨 제각(祭閣)이었다. 현재 경기도 용인민속촌에 소재한 이 건물은 마루가 대리석으로 깔린 호남 최고의 제각으로 규모상으로도 문화재급에 속하는 건축물이었다.
 
당시 삼향초등학교는 나씨 문중의 배려로 이 제각을 무상으로 차용하여 1920년 설립 당시부터 1922년 1월까지 1, 2학년 150여 명이 이곳에서 수업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 간사와 삼향면 인사들의 열성을 모아 현재의 위치에 신축 건물을 짓고 1922년 1월 13일 이전하게 되었다.

1922년 1월 22일 동아일보 4면 기사

여기서 분명히 기억해야 할 사항이 있다. 초기의 교사 무상 제공만이 아니라, 나씨 문중의 일원으로, 삼향과 일로, 몽탄에 많은 땅을 소유하고 있는 부농(富農) 나종만(羅鐘萬) 선생이 신축 건물의 교지를 기증하여 지금의 무안군 삼향면 유교리 969번지에 교사를 마련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연유로 이승만 정부 때까지는 삼향초등학교의 각 교실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학교 설립에 물심양면으로 공헌한 나종만 선생의 사진이 나란히 걸려있었다고 한다. 이승만 정권의 몰락과 함께 두 사진이 모두 철거되었지만, 학교 설립의 초석을 이룬 나종만 선생의 업적은 우리 삼향인들이 꼭 알아야 할 일이다.
 
이리하여 무안초등학교 하나뿐이었던 당시의 상황에서 삼향초등학교에는 비슷한 시기에 개교한 망운초등학교와 함께 삼향면을 비롯하여 청계, 일로, 몽탄 등 다른 지역에서도 입학을 선망하는 무안 초등교육의 요람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끝으로 교명의 명칭 변경에 대한 사항을 간략하게 정리한다.
 
우리나라 최초의 초등교육기관은 소학교(小學校)인데, 갑오개혁 이후 근대적 교육제도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생겨났다. 그리고 을사늑약에 따라 설치된 일제 통감부의 ‘보통학교령’에 의해 1906년 소학교가 보통학교(普通學校)로 명칭이 바뀌었다. 그러나 일본인 자녀들이 다니는 학교에는 보통학교와 구별하기 위해 소학교라는 명칭이 계속 사용되었다.
 
대륙침략 전쟁으로 줄달음치던 일제는 우리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1938년에 칙령 제103호 ‘조선교육령’을 3차로 개정하여 4월에 실시하였다. 교육령의 내용 중 하나가 ‘민족적 차별을 없앤다’는 명목으로 단행한 것이 학교의 명칭이다.
 
일제는 일본인을 위한 초등교육기관으로서의 소학교와 조선인을 위한 초등교육기관으로서의 보통학교 명칭을 심상소학교(尋常小學校)로 통일하여 개칭하게 된다. 그리하여 삼향초등학교는 ‘삼향공립보통학교’에서 1938년 4월 1일 ‘삼향공립심상소학교’로 부르게 되었다.
 
1941년 일제는 칙령 제148호 '국민학교령'을 시행한다. 이에 따라 심상소학교가 ‘국민학교(國民學校)로 명칭이 변경되었는데, 이는 황국신민을 양성한다는 일제강점기의 초등 교육정책을 반영한 것이다. 따라서 ‘삼향공립심상소학교’는 1941년 4월 1일 ‘삼향공립국민학교’로 다시 교명이 바뀌게 된다.
 
대한민국 교육부는 광복 50주년을 며칠 앞둔 1995년 8월 11일 "일제의 잔재를 깨끗이 청산하고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국민학교의 명칭을 변경한다"고 발표하고 1995년 12월 29일 교육법을 개정하여 1996년 3월 1일부로 국민학교를 초등학교(初等學校)로 명칭 변경했다. 그리하여 해방과 더불어 1950년 4월 1일부터 ‘삼향국민학교’로 불리어 오던 교명이 마침내 오늘날의 ‘삼향초등학교’로 자리를 잡게 되었다.
 
삼향초등학교의 역사는 우리의 근현대사와 궤를 함께한다. 명당은 존재할까. 전남의 수도 삼향읍(三鄕邑)을 가슴에 달고 있는 우리의 모교 삼향초등학교(三鄕初等學校)는 농촌인구와 취학 인구의 절대적 감소와 무관하게 폐교나 학생 수 걱정 없이 새로운 시대의 초등교육 백년대계를 꿈꾸며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있다.

 
삼향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책자 발간 - 무안신안뉴스 (msonews.co.kr)

삼향초등학교, 개교 100주년 기념책자 발간 - 무안신안뉴스

삼향초등학교 개교100주년사업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종헌·임석)와 총동문회(회장 나억수), 삼향초등학교(교장 박홍안)는 함께 삼향초등학교 100年의 발자취와 총동문회 연혁 및 10회의 정기총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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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10.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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