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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백석 - 통영 - 충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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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의 일출

12월 5일
사촌형 부부와 함께 통영에 다녀왔다.

새벽
5시 출발하여

광양에서
일출을 맞이하고

통영에서
아침 달을 보았다.

푸른 하늘에
반달이 떴다.

백석 시인의
'통영 2'라는 시에 반달이 나온다.

통영의 달

통영(統營) 2
                                                                 백석

구마산(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 울며 나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당은 갓갓기도 하다
바람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개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화장사 영감이 일본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漁場主)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금(錦)이라는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馬山) 객주(客主)집의 어린 딸은 난(蘭)이라는 이 같고
난(蘭)이라는 이는 명정(明井)골에 산다는데
명정(明井)골은 산을 넘어 동백(冬栢)나무 푸르른 감로(甘露) 같은 물이 솟는 명정(明井)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 내가 좋아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平安道)서 오신 듯한데 동백(冬栢)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앉어서 나는 이 저녁 울 듯 울 듯 한산도(閑山島) 바다에 뱃사공이 되어가며
녕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당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 시비
통영 2
통영 충렬사

조선일보 기자였던 백석 시인은 1935년 친구 허준의 결혼식 축하 모임에서 동료인 신현중의 소개로 당시 이화고녀 학생이던 통영 출신인 박경련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백석은 그녀에게 ‘난’이라는 애칭을 붙여 주었고, 후일 그녀를 만나기 위해 통영을 찾아오지만 ‘난’이 겨울방학이 끝난 무렵이라 서울로 상경한 탓에 길이 엇갈린다.

‘난’의 집이 바로 충렬사 근처인 명정동이었고, 백석은 이 시에서 명정골의 이름과 유래 등을 자세하게 언급하면서 ‘난’에 대한 연모의 감정을 간접적으로 내비친다.

그러나 이러한 백석의 사랑은 결혼에 이르지 못한다. ‘난’을 소개해 주었던 친구인 신현중이 백석과 ‘난’의 혼담을 방해하고, 도리어 ‘난’의 집안으로부터 자신과의 혼인 승낙을 받아 낸 것이다.

친구로부터 배신당하고 사랑하는 여인과의 인연마저 끊어지게 된 백석은 사랑의 아픔을 시로 승화시킨다.

충렬사

충렬사
계단에 앉아 백석은 '통영 2'를 썼다.

작품 속의
'열나흘 달'이 반달이다.

통영에서
반달을 만날 수 있있던  인연에

충렬사
계단을 오를 수 있었던  행운에

감사를 드린다.

충무공 영정
충열사에서

싱싱한 생굴을  
사기 위해 통영에 갔다가

운좋게도
시인과 충무공을 함께 만났다.

그리고
통영의 아가씨 '난'이도...

2023. 1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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