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하는 동안
남녘은 포근한 날씨였다.
난생 처음으로
배추가 김치로 변신하는 전 과정에 참여하였다.
유교마을에 사시는
사촌형이 유교문중의 위토전을 경작하고 있다.
이번 김장에 사용된
배추는 물론 무우, 갓, 고추, 파, 깨 등 모든 재료는 맥포리의 위토전에서 수확한 것이다.
밭에서 수확한 배추를
손질하여 사촌형, 아내와 함께 자동차에 실었다.
형수는
댁에서 다른 준비를 하고 계신다.
100여 포기 정도인데
벌써부터 허리가 뻐근하다.
사촌형은
할아버지 때부터 살아왔던 유교마을에 살고 계신다.
옛날에는 한옥이었는데
지금은 평범한 개량 주택이다.
나도 거기서 태어났고
2살 때까지는 이 큰댁에서 살았다.
옛날에
집 주위에 꽤 넓은 대밭이 있었다.
그곳에
마을회관이 자리잡고 있고 일부는 빈 터로 남아 있다.
배추를 반으로 갈라
소금물에 목욕을 시키고 엄청 큰 용기에 차곡차곡 쌓는다.
밑둥 부분에
소금을 뿌리고 잠시 쉬며 한 컷!
날씨가
포근하여 손은 시리지 않는다.
소금물에서
배추를 건져 소금을 뿌리고 계속해서 겹겹이 쌓는다.
느리게 가는 시간도
언젠가는 일에 마침표를 찍어준다.
허리를
펴며 하늘을 본다.
손의
물기를 닦아내고 다시 휴대폰을 꺼낸다.
가마솥에는
온갖 젓갈과 재료가 들어간 액젓이 펄펄 끓는다.
불을
바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숯불을 보니
돼지고기 직불구이 생각이 절로 난다.
대밭이 있을 때는
유교리 고택이 보이지 않았다.
어렸을 때
'기와집 큰집'이라고 불렀다.
지금은
당숙모님도 계시지 않고 6촌 형수님도 이 세상에 없으시다.
국가민속자료로
지정되어 있는데, 남의 손에 넘어가 방치되어 있다.
무심한
닭들이 모이를 찾고 있고, 몇몇은 물을 마시고 있다.
저녁을
먹지 않고 집에 돌아왔다.
집에도
안줏감이 많다.
통영에서
산 생굴에 생채를 넣어 버무린 굴무침에 맥주 한 캔을 비운다.
첫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한다.
다음날
금호공파 가승보 개정판에 실을 마지막 사진 촬영을 위해 상만이를 만났다.
금호공파
상만이는 내 이름과 똑같다.
초등학교와
중학교도 내 후배다.
그래서
웃지못할 에피소드가 많다.
생략하고,
죽림에서 상만이네 직계 조상님 산소를 촬영하고 집으로 돌아와 다시 유교리에 갔다.
이틀째는
비교적 쉬운 일이다.
소금에
절인 배추를 맑은 물에 3회에 걸쳐 헹구어 물이 빠지게 쌓아놓는 작업이다.
형 부부
그리고 우리 부부가 작업을 분담하니 일이 쉽다.
사촌형의
흉을 보는 형수의 입담에 호호대며 이틀 일정을 마쳤다.
수돗가가
있는 작업장에서 고택은 왜 이리 잘 보이는지...
통영에서 돌아오던 길
하동 계천장에서 산 조기를 무조림하여 반주와 함께 저녁을 먹었다.
우리가
무심코 먹는 김치에는 농부의 땀과 김치를 담는 분들의 정성이 배어있다.
김치는
우리 민족 최고의 음식이며 김장은 우리의 고유의 문화이다.
우리의
문화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요즘은
김장을 하지 않는 가정이 많다.
유교리 고택에서
우리의 문화를 지키고 김장 체험행사를 하는 그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오늘도
우리의 식탁을 지키는 우리의 어머니들께 고개를 숙인다.
마침내
먹걸리의 시간이 왔다.
김장 김치에
삶은 돼지고기를 싸서 먹는 막걸리 맛을 아시는가.
상추와
차원이 다른 천하일미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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