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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너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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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안군 자은면 할미도에서

너를 위하여
김남조
 
나의 밤기도는
길고
한 가지 말만 되풀이한다

가만히 눈을 뜨는 건
믿을 수 없을 만치의
축원

갓 피어난 빛으로만
속속들이 채워 넘친
환한 영혼의 내 사람아

쓸쓸히
검은 머리 풀고 누워도
이적지 못 가져 본
너그러운 사랑

너를 위하여
나 살거니

소중한 건 무엇이나 너에게 주마
이미 준 것은
잊어버리고
못다 준 사랑만을 기억하리라
나의 사람아.

눈이 내리는
먼 하늘에
달무리 보듯 너를 본다.

오직
너를 위하여
모든 것에 이름이 있고
기쁨이 있단다
나의 사람아.

할미바위
해국

어제
조금 먼 길을 다녀왔다.

압해대교를 지나고
천사대교를 건너고
은암대교를 넘었다.

무한의 다리부터는
두 발로 걸어야 한다.

할미도의 석양은
그렇게 해서 나왔다.

평생
사랑을 노래한 큰 시인이  멀고 먼 길을 가셨다.

아름다운
사랑의 시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인의
명복을 빕니다.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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