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왔습니다.
출판기념회가 있었습니다.
<혼자서 아끼는 말>
시집의 이름입니다.
축사를 했습니다.
시집에 실린 내용 그대로 올립니다.
향기 나는 바다
향해.
시인의 호입니다.
향해.
바다 향기도 보냅니다.
추천사
향기 나는 바다, 향해(香海)의 자산
나상만/극작가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장마가 깁니다. 폭염과 폭우, 음습한 습기가 짜증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은 고통의 연속입니다. 전업 작가가 아닌 생활인이 시집을 냅니다.
내 친구 향해(香海)가 틈틈이 쓴 시를 모아 시집을 낸다고 합니다. 먼저 축하를 드립니다.
시집『혼자서 아끼는 말』의 추천사를 의뢰받으며 조금은 고민했습니다. 희곡이나 소설은 썼지만, 저도 시집은 아직 출판하지 못했습니다. 추천사를 쓸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반문해 봅니다.
보내준 시 몇 편을 읽고서 작가가 태어난 섬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에 젖었습니다. 내 의식의 창고에 숨어있던 50년 전의 정서적 기억들이 선명한 형체를 띠며 춤을 춥니다.
‘겨울 섬’
‘검정 고무신’
‘초꼬지 불’
‘보리밥’
친구는 남녘의 섬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고 자랐습니다. 행운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도시 태생의 작가가 근접할 수 없는 시골의 정서가 작가의 자산입니다.
난해한 시들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가 어렵고 일반 대중은 시와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쉽게 쓴 시가 강한 울림으로 다가옵니다. 타임머신을 타고 1970년대의 섬마을을 여행하는 기분입니다. 세월이 그렇게 지났는데도 작가의 정서와 정신은 방금 잡은 생선처럼 신선합니다.
유난히 긴 장마도 두렵지 않습니다. 시집『혼자서 아끼는 말』이 있기 때문입니다. ‘혼자서 아끼는 말’이 독자들의 따뜻한 품속에서 아름답게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작가와 함께 다시 여행을 떠납니다. 어쩌면 여러분은 이 여행에서 여러분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무의식의 바다’를 만나게 될 것입니다.
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를 좋아합니다. 그는 매번 시를 짓고 나서 동네 노파에게 들려주고는 노파가 알아듣지 못하면 알아들을 때까지 글을 뜯어고쳤다고 합니다. 시대를 뛰어넘는 거물 시인도 이렇게 치열한 어휘 구사를 위해 노력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백거이의 호가 향산거사(香山居士)입니다. 섬 출신인 작가의 호를 ‘향해(香海)’로 지었습니다. 향산거사처럼 평생을 다듬고 다듬어 알아듣기 쉬운 시를 쓰라는 의미도 담겨있습니다.
‘향해’는 수미산(須彌山)을 둘러싸고 있다는, 향수로 된 바다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작가 향산의 멋진 출발을 응원합니다. 그의 여정에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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