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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동양의 등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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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의 등불

일찍이 동양의 황금 시기에
빛나던 등불의 하나였던 코리아
그 등불 다시 한번 켜지는 날에
너는 동양의 밝은 빛이 되리라.

마음에는 두려움이 없고
머리는 높이 쳐들린 곳
지식은 자유스럽고
좁다란 담벽으로 세계가 조각조각 갈라지는 곳
진실의 깊음 속에서 말씀이 솟아나는 곳
지성의 맑은 흐름이
굳어진 습관의 모래벌판에 길 잃지 않는 곳
무한히 퍼져 나가는 생각과 행동으로 우리들의 마음이
인도되는 곳
그러한 자유의 천국으로
내 마음의 조국 코리아여 깨어나소서.

 

- 라빈드라나트 타고르


오늘은 광복절이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의 항복으로 대한민국은 잃어버린 주권을 되찾게 되었고 이를 광복절, 다시 말해 빛을 되찾은 날로 기념하고 있다.

새벽부터 <동양의 등불>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원래는 인도의 시성(詩聖) 라빈드라나트 타고르가 일본을 방문한 자리에서 3·1 독립운동이 목적을 달성하지 못함을 보고 보낸 메시지였다. 김억에 의해 번역되어 1920년 동아일보에 실리면서 일제 강점하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꿋꿋하게 살아가는 우리 민족에게 보낸 격려의 송시(頌詩)가 되었다. 

교과서에도 실려 우리 민족에게 격려와 위안을 준 이 시의 탄생 비화를 말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전반부의 시가 그렇게 출발했고, 후반부는 나중에 자신의 작품에서 골라 보낸 시임을 말할 뿐이다. 분명한 사실은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고 있던 인도의 시인이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은 일본의 지배를 받고 있던 우리 민족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문제는 타고르의 희망처럼 우리가 지금 동양의 등불이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이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성장했고, K-Pop을 중심으로 한 한국문화가 세계를 강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정치문화나 여기에 잠식된 국민의 의식 수준은 참으로 부끄러울 뿐이다.

수많은 강대국의 영향력에서 우리 경제는 아직도 불안하며 사회의 분열과 갈등은 또다시 20세기의 비극을 떠올리게 한다. 이번 광복절이 해방의 기쁨을 넘어 타고르가 염원했던 동양의 밝은 빛이 되기를 강력하게 기대한다. 정말이지 내 눈에는 대한민국의 오늘이 참으로 불안하고 암울하다. 

먼저,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는 카톡 문화의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하다. 하루라도 남을 욕하지 말자. 남을 칭찬해 보자. 상대방을 존중하자. 잘난 척하지 말자.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자. 상대와 다름을 인정하고 소수의 의견에도 예의를 갖추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타고르에게 우리 민족의 민낯을 들킨 것 같아 아침부터 얼굴이 붉어진다. 오늘도 얼마나 많은 욕지거리와 쓰레기들을 지워야 하는가. 우리 국민에게 진정한 광복절이 도래하기를 기대한다. 내 카톡에 아름다운 글들이 하얀 눈처럼 소복소복 쌓였으면 좋겠다.

새벽에 일어나 글을 먼저 썼습니다.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찾다가 아침을 맞았습니다. 결국은 어제 블로그에 과감하게 생략했던 사진을 올립니다. 홀로 20컷의 사진 몫을 했던 어제의 사진에 19컷을 추가합니다. 동양의 등불, 고요한 아침의 나라 남쪽에 있는 주룡의 새벽입니다.

나라를 위해 자신을 던진 위대한 선현들을 기리며 조국의 미래를 생각해보는 하루가 되었으면 합니다. 뜻깊은 광복절, 행복한 연휴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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