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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딸에게 보내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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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의 해

 

 

그 시각의 달.

 

 

 

 

 

반달 하루 전
왼쪽 유달산, 오른쪽 입암산

 

 

유달산 방향
영산강 하구둑 방향
목포 평화광장 방향
갈매기는 목포의 석양을 지켰다.

내 딸 보아라

코로나가 다시 창궐하더니 마침내 우리 가족도 예외가 아니구나. 

한국에 있는 나에게 올 것이지 왜 하필 우리 이쁜 딸에게 고통을 주는지 모르겠다. 의료보험이 발달한 한국과 달리 미국이라는 나라는 말만 선진국이지, 돈 없는 사람 병들면 참으로 힘든 나라라는 것을 알고 있는 아버지의 마음이 편치 못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연구년을 맞은 아빠를 따라 미국에 간 너희들이 대한민국을 떠난 지도 벌써 16년이 되었구나. 알파벳을 겨우 쓸 줄 아는 네가 어떻게 공부를 해서 고등학교를 전체 수석 졸업하고, 4개의 주립대학으로부터 전액 장학금 제의를 받고 대학을 골라서 갔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너희들이 한국 역사를 잊지 않고 한국인의 정서를 잊지 않고 미국 땅에서 당당하게 사는 모습이 가장 자랑스럽다. 미국의 중학생들에게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얼마나 대단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항상 잘해 왔지만 그래도 한마디 또 하겠다. 미국의 역사는 침략의 역사로부터 시작되었다. 원주민인 인디언을 죽이고 쫓아내면서 건국한 나라가 미국이다. 세계 평화를 앞세우지만, 항상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두고 있지 않으냐?

너희들을 가르쳐준, 그리고 너희들이 살고 있는 나라를 비판할 이유는 없다. 다만 네가 역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기에 역사를 있는 그대로, 그리고 미래의 비전을 갖고 미국의 청소년들을 가르쳐야 한다는 것을 말할 뿐이다.

한국사회도 많이 변했다. 셋만 모이면 싸움이고 넷만 모이면 두 파로 나뉘어 상대방을 헐뜯는다. 카톡을 보면 가관이다. 공자가 너무 많고 예수도 너무 많다. 스님도 너무 많고 철학자도 너무 많다. 그러니 상대방 말 듣지도 않고 자기 말만 앞세운다. 자기 쪽 말은 선이요, 상대 편 말은 악이다.
미국처럼 총기 소지했더라면 날마다 대형사고 터졌을 것이다.

아빠는 인간성이 파괴되고 극단의 이기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병폐는 학교 교육의 실종과 감성의 결여에 있다고 본다. 더구나 먹고 살기에 급급한 부모 세대들이 자식들의 세속적 출세에 연연했고 인성교육에 무관심하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래도 미국은 입시 위주의 교육이 아니다. 너희들은 단 한 번의 과외도 없이 가고 싶은 대학을 갔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한국의 젊은이들이 불쌍할 뿐이다.

코로나 확진을 받은 너에게 위로의 말보다 잔소리를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일단 병원에 한번 가보고 치료를 해야 하지 않을까. 코로나도 병인데 감기 정도로 생각하고 그냥 넘어가는 건 무모한 일이다.

자연과 더불어 사는 아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해가 지고 달이 뜨는 저 하늘이 참으로 아름답구나. 이 아름다운 지구를 더 살아야 할 너희들은, 그리고 더 살아야 할 너의 제자들에게 항상 자연의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도록 하여라. 

자연의 역사에 비하면 인간의 역사는 너무나 짧고 보잘것없는 것이다. 거기서 잘났다고 아웅다웅하는 인간들이 얼마나 가소로울까. 바이러스 하나에 흔들리는 지구를 바라보는 창조주의 관점에서 보자면 말이다.

바이러스를 이겨야 한다. 싸움의 대상은 바이러스고, 너자신이다. 여름이 막바지다. 무더위도 이겨야 한다. 오늘은 화이팅이다. 우리 아들, 딸 건투를 빈다. 

2022년 8월 6일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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