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안개가 많은 날이다.
새벽 일찍 주룡에 갔다. 도로는 가시거리가 15미터 미만이다. 주룡의 하늘과 산, 강이 온통 회색이다.
토가리 두 마리가 가까이 와 포즈를 취했다. 이렇게 은은한 색조는 처음이다. 안개 속의 새가 참 고상하다.
안개 속의 능소화도 지나칠 수 없다. 새와 꽃이 역사를 소환해 준다. 주룡은 단순한 강이 아니다. 역사가 흐르고 있다.
주룡마을에 잠들어계신 금호공이 니산현감(尼山縣監) 시절 도적질하는 사람을 붙잡아 의리를 가르쳤고, 객점울 설치하여 오가는 손님을 접대하며 백성들을 덕화로 인도하였다. 이로 인하여 사람들이 거사비를 세웠으나 임진왜란 때 손상되어 유민들이 다시 비석을 세워 기리며 다음과 같은 시를 남겼다.
시든 꽃 한 송이 외로운 학 한 마리
쓸쓸한 행리에 옛사람의 풍모 있네
백성은 훌륭하신 당신 떠남을 안타까워 하니
소백에 대한 포장도 썩 넉넉한 건 아니네
유희춘이 <미암일기>에 남긴 글이다.
낮에 기축옥사에 희생당한 다른 성씨 문중 대표들과 중복을 맞아 삼계탕을 먹었다.
1시 30분 전라남도교육청을 방문하여 교육감과 면담하였다. 내 주장은 초지일관이다.
역사적으로 논쟁의 중심에 있고, 교육자로서 존경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인물의 호를 따라 전남 최초의 대안고등학교 교명을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더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교명을 공모해야 한다. 왜 지역사회, 언론, 사학자들의 반대가 심한 교명을 쓰려고 하는가?
송강의 호를 한글로 풀면 '솔가람"이다. 그걸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 새로운 전남 교육의 수장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대한다.
새벽 안개와는 달리 교육청의 하늘이 참으로 푸르다. 창의적 사고가 백년대계의 출발선이다.
오늘 블로그 누적 17만 시대를 마감하고 18만 대열에 진입하였다. 내일 다시 진도에 간다. 이번에는 다른 일이다.
'백잠일기(栢蠶日記)'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매기는 새벽하늘의 아름다움을 안다 (0) | 2022.08.02 |
---|---|
연꽃과 피서 (0) | 2022.07.31 |
느낌이 있는 새벽 (0) | 2022.07.21 |
갈룡산과 주룡강의 새벽 (0) | 2022.07.15 |
연기의 화신, 백일홍 (0) | 202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