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달산은 모르시는 분은 없다.
목포에 있는 아름다운 산이다. 꽃피는 봄도 아름답고 녹음이 짙은 여름도 좋다. 단풍이 드는 가을은 절경이며 겨울의 설경은 환상적이다.
나는 유달산을 계절마다 달리 부른다. 이름 하나로는 그 아름다움을 다 표현할 수 없다. 봄은 춘달산(春達山)으로 꽃피는 화달산(花達山)이다, 여름은 하달산(夏達山)으로 녹음 짙은 녹달산(綠達山)이 된다. 가을은 추달산(秋達山)으로 불타는 화달산(火達山)이 되고, 마침내 겨울에는 동달산(冬達山)으로 하얀 눈의 백달산(白達山)이 된다.
어제까지로 유달산의 4계절을 다 담았다. 봄의 유달산, 춘달산을 늦게 찾은 이유가 있다. 춘달산을 먼저 소개해 버리면 다른 꽃들이 초라해진다. 음식도 고급음식점은 마지막에 가야 한다.
어제 약 200컷의 사진을 담았다. 냉정하게 골라도 80컷 이상이 그림이다. 이걸 어떻게 소개할까 고민해 본다. 오늘은 우선 촬영 순서로 18컷만 올린다.
오늘 처음 발견한 꽃나무가 있다. 박태기나무 꽃이다. 전라도 방언으로 ‘밥알’을 ‘밥태기’라고 하는데, 꽃이 꼭 그 모양이어서 거기서 유래했다고 한다.
어렸을 때 수없이 들었던 정감 있는 말. 밥태기 흘리지 말아라! 그때는 보리가 쌀보다 더 귀해 밥알이 자꾸 수저에서 미끄러졌다. 반찬 없을 때는 젓가락으로 밥을 먹는데 더 잘 구른다.
재미있는 얘기가 하나 더 있다. 친구 중에 ‘보리밥태기’가 있다. 색종이를 붙이는 숙제가 있었다. 풀이 없던 시절 보리 밥알로 색종이를 붙여왔다. 색종이는 붙지 않고 전라도 사투리로 ‘쭈글쭈글’했다. 그래서 그 친구의 제1 별명이 ‘쭈그리’, 제2 별명이 ‘보리밥태기’가 되었다.
아내와 함께 옛 생각에 한참을 웃었다. 부부싸움 하면은 유달산에 올라야겠다. 박태기나무 보기 위해서. 그러고 보니 유달산은 소달산(笑達山)이다.
웃고 삽시다! 여러분의 건강한 웃음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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