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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문화의 현장

연극배우 오영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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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배우 오영수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 공연 후 극단 자유 단원들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 팜프렛 표지
제3세계국제연극제 참가작 ''무엇이 될고 하니' 공연 후
1920년대 모스크바예술극장 단원들과 네미로비치 단첸코, 스타니스랍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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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오영수 배우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기 뉴스가 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으로 이미 스타가 되었는데, 이번 수상으로 확실한 스타 반열에 올랐다.

 

전 세계가 55년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이 배우를 주목하는데 나까지 덩달아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다. 언론에 없는 사진과 우리 이야기를 다룰 생각이다.

 

오영수 선배를 1977년 극단 자유극장에서 만났다. 나는 그때 대학교 1학년이었는데, 극단 연출가인 김정옥 교수님의 추천으로 자유극장의 배우들에게 무술을 지도하게 되었다. 좀 더 설명하자면 대학 입학 실기전형에서 내 무술 실력을 주목한 김정옥 교수님께서 극단 단원들의 배우훈련 프로그램으로 창, 현대무용, 무술을 채택했고, 나를 무술훈련의 강사로 초청한 것이다.

 

오영수 선배와 나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자유극장에서는 가을 공연으로 연극 무엇이 될고 하니를 준비하고 있었고, 나는 자유극장 배우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무술지도를 했다. 요즘으로 말해서 배우들의 신체훈련인 셈이다.

 

당시 자유극장의 배우들은 추성웅, 박정자, 김금지, 박웅, 장건일, 오영수, 양진웅 등 쟁쟁한 연극배우들이 많았다. 그런데 그중에 중앙대 연극영화학과 1기 졸업생인 장건일 선배가 있었고, 그분이 유독 나를 아끼셨다.

 

장건일 선배는 애주가였다. 연습이 끝나면 으레 술집행이었다. 박웅, 장건일, 오영수, 양진웅 선배들이 주로 모였고, 노총각인 장건일, 오영수 선배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다. 장건일 선배가 나를 꼭 챙겼기 때문에 극단에 나가는 날은 항상 막걸리를 마셨던 것 같다.

이렇게 자유극장과 인연이 되어 대학원을 마칠 때까지 극단에 나갔다. 정식 단원은 아니었지만 스태프 일도 하면서 나중에는 배우로 무대에 서기도 했다. 대학보다는 극단에서 연극을 공부했던 것 같다. 자유극장의 자유스러운 분위기와 프랑스 유학파인 김정옥 교수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오영수 선배와 함께 무대로 오른 작품은 무엇이 될고 하니한 작품밖에 없다. 그러나 수차례 재공연되어 함께 무대에 섰던 날이 참 많은 것으로 기억한다.

 

인연을 맺은 지 45년이 지났다. 고인이 된 장건일 선배와 양진웅 선배가 문뜩 떠오른다. 오영수 선배의 수상 소식을 들었다면 누구보다도 기뻐하실 두 분이 아닌가. 장 선배는 막 부상하려던 40대에 운명하셨고, 양 선배는 미국에서 한 번 만나고 다시 뵙기로 했는데 인간의 운명이란 뜻대로 되지 않는 모양이다.

 

한국연극계는 지금 조로(早老) 현상에 빠져있다. 젊은 배우들이 노인 역을 맡는다. 배우는 정년이 없는 데도 나이 지긋한 연기자들에게 설 땅이 없다. 그런 측면에서 60년 가까운 세월 동안 무대를 지킨 인물의 이번 수상은 참으로 값지다.

 

연극은 영원한 연기(演技)의 본향(本鄕)이다. 연극 무대를 밟지 않고 TV나 영화로 직행했을 때, 배우는 물론 K-드라마도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오영수 선배의 이번 쾌거는 그의 표현처럼변함없는 연극 정신의 승리이다.

 

한국에 없는, 귀한 사진 하나 소개한다.

모스크바예술극장 단원들의 단체 사진이다. 오리지날을 방금 촬영한 것이다.

그들은 100년 전, 이런 쟁쟁한 배우들을 한 극단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뿐인가! 그들은 모두 스타니스랍스키 시스템에 의해 훈련된 배우들이다. 러시아가 부럽다!

 

일찍 핀 꽃이 일찍 진다!

 

오영수 선배의 지난 50여 년의 뜨거운 열정과 땀에 큰 박수를 보낸다.

 

연극배우 오영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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