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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묘서동처(猫鼠同處)와 서옥설(鼠獄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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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장소: 무안군 삼향읍 남악리

 

 

 

 

 

 

 

 

 

 

 

 

 

 

역대 올해의 사자성어
무안군 삼향읍 유교리 고택 곡간 정면
유교리 고택 담장과 곡간
임제의 우화소설 서옥설;

대학교수들이 2021년 한국 사회를 정리하는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선정했다.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다'는 뜻으로 '도둑을 잡아야 할 사람이 도둑과 한패가 된 것'을 비유한 말이다.

 

<교수신문>이 주관한 이번 설문조사는 전국 대학교수 880명이 6개의 사자성어 중 2개씩을 선정해 진행됐다. 묘서동처는 총 1760표 가운데 514(29.2%)를 받았다고 한다.

묘서동처는올해의 사자성어추천위원단 중 최재목 영남대 교수(철학과)가 추천한 사자성어다. 최 교수는 각처에서, 또는 여야 간에 입법, 사법, 행정의 잣대를 의심하며 불공정하다는 시비가 끊이질 않았다라며, “국정을 엄정하게 책임지거나 공정하게 법을 집행하고 시행하는 데 감시할 사람들이 이권을 노리는 사람들과 한통속이 돼 이권에 개입하거나 연루된 상황을 수시로 봤다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묘서동처를 지지한 교수들의 선정 이유는 다양했으나, 여야 가릴 것 없이 권력자들이 한패가 되어 부정을 저지르고 있다와 같은 응답이 가장 많았다고 한다. 어떤 교수는 다산 정약용의 우화시 이노행(狸奴行)을 인용하며 단속하는 자와 단속받는 자가 야합하면 못 할 짓이 없다라고 지적했다.

 

“‘초록은 동색이라는 말처럼 정치 지도자들의 행태는 여야를 막론하고 겉모습만 다를 뿐, 공리보다는 사욕에 치우쳤다”, “현 난국은 여야, 진보와 보수 구별 없이 기득권층의 야합으로 나타난 것”, “범죄자를 잡아야 할 사람들이 범죄자를 두둔하고 옹호·변호하니 통탄할 노릇이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내년 대선을 걱정하는 의미로 묘서동처를 선택한 교수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들은 누가 덜 썩었는가 경쟁하듯, 리더로 나서는 이들의 도덕성에 의구심이 가득하다라거나 상대적으로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 국운을 맡겨야 하는 상황이라고 평했다고 한다.

묘서동처 당나라 역사를 서술한 구당서(舊唐書)에 처음 등장하는 사자성어다. 한 지방 군인이 자신의 집에서 고양이와 쥐가 같은 젖을 빠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그의 상관은 그 쥐와 고양이를 임금에게 바쳤다. 중앙관리들은 복이 들어온다며 기뻐했지만, 한 관리만 이 사람들이 정신을 잃었다라며 한탄했다고 한다.

 

대학교수들의 권위가 땅에 떨어졌지만 나는 지금도 교수신문만큼은 신뢰하고 있다. 이 신문의 발행인은 경기대 교육학과에서 정년을 마친 이영수 교수다.

 

경기대에 재직할 때 이 신문을 정기구독했다. 동료 교수가 발행인이라서가 아니라 올바른 정론을 펼치기 때문이다. 정파를 떠나서 대학과 사회, 나라의 문제점을 진단하고 다양한 필진을 통해 미래의 대안을 제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 사회는  1등만을 선호한다. ‘올해의 사자성어에 오른 다른 글들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략하게 소개한다.

 

'인곤마핍'(人困馬乏)]21.1%의 선택을 받았다. '사람과 말이 모두 지쳐 피곤하다'는 뜻이다. '삼국지'에서 유비가 기나긴 피난길에 '날마다 도망치다 보니 사람이나 말이나 기진맥진했다'고 한 이야기에서 따왔다. "코로나 19를 피해 다니느라 온 국민도 나라도 피곤한 한 해"였다는 의미로 추천했다고 한다.

 

인곤마핍을 선택한 교수들도 "코로나로 힘든 시국에 정치판도 비상식적인 모습을 보인다"거나 "덕과 인을 상실한 지도자들의 말과 행동을 본 많은 국민이 깊은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끼며 살아간다며 지친 국민을 위로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했다고 한다.

 

정치권을 비판하는 사자성어는 3, 4위에서도 계속된다. '진흙탕에서 싸우는 개'라는 뜻의 '이전투구'(泥田鬪狗)3(17.0%)에 올랐다. 자기 이익을 위해 비열하게 다툰다는 말이다. "국민은 코로나 19, 높은 물가와 집값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치인들은 권력에 눈이 멀어 저속한 욕설로 서로 비방하면서 싸우고 있다"고 현 사회를 비판한 것이다.

 

4(14.3%)에 오른 '각주구검'(刻舟求劍)'칼을 강물에 떨어뜨리자 뱃전에 그 자리를 표시했다가 나중에 그 칼을 찾으려 한다'는 뜻이다.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부동산, 청년 문제 등 민심을 제대로 읽지 못한 현실 정치권을 빗대어 표현하기위해 이 사자성어를 추천했다고 한다.

 

5(9.4%)에 오른 '백척간두(百尺竿頭)는 직역하면 '백 자나 되는 높은 장대 위에 올라섰다'는 뜻이다. 몹시 어렵고 위태로운 지경을 비유하는 사자성어다.

 

6(9.0%)'유자입정(孺子入井)'이다. '아이가 물에 빠지려 한다'는 뜻으로 내년에는 밝은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추천했다고 한다.

 

물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절박한 심정으로 모든 노력을 기울여 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는데 정치권이 묘서동처, 이전투구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교수신문이 선정한 역대의 사자성어를 보면 세상은 항상 그래왔던 것 같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이 깨어나야 하는데 줏대 없이 맹목적으로 반대편을 원수로 여기고 별의별 뉴스를 퍼 나르고 있다. 내가 보내면 뉴스요, 상대가 보내면 쓰레기다.

 

<서옥설(鼠獄說)>이라는 백호(白湖) 임제(林悌)의 우화소설이 있다.

소설은 간사한 늙은 쥐가 자기 족속들을 거느리고 나라의 창고벽을 뚫고 들어가 쌀을 훔쳐 먹다가 발각되어 재판을 받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늙은 쥐는 재판관인 창고신(倉神)의 무능함을 이용하여 무려 80여 종의 동식물에 자기의 죄과를 덮어씌운다. 마지막 부분에서 늙은 쥐가 상제에 의해서 처단되고 억울하게 갇혔던 수많은 날짐승과 길짐승들은 각자의 보금자리로 돌아오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광주시립극단에서 우화소설의 고유한 의인화적 수법과 풍자적 수법을 구사하여 조선조 관료사회의 부패상을 고발하는 이 작품을 각색하여 연극으로 만들고자 했었다. 코로나 여파로 결국 무대화를 하지 못하고 임기를 마치고 목포로 내려왔다.

 

유교리 고택의 곡간을 <곡간극장>으로 실내를 개조하여 서옥설을 연극으로 만드는 꿈을 꾼다.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격조 높은 우화극으로 만든다면 미래의 청소년들에게 교육적 기능을 할 수 있다.

 

오늘은 제자들이 출연하는 연극 <아비>를 보기 위해 광주에 간다. 일찍 출발하여 영산강 강변 영모정에 들러 막걸리라도 한잔해야 하겠다. 영모정은 귀래정 임붕이 건립한 정자로 임제(林悌)가 글을 배우고 시작(詩作)을 즐기던 유서 깊은 곳이다.

 

영모정은 사진으로 이미 소개한 바 있다. 다만 여기서는 무안공의 손자 나일손과 귀래정 임붕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금강계를 상기시키고 싶다. 충절의 상징 동백나무를 금사정에 심었던 호남의 선비들. 임제는 그 귀래정 임붕의 손자이며, 영모정을 재건한 임진(林晉)의 아들이다.

 

어제의 석양 함께 올립니다.

태양은 날마다 아름답게 변하는데 우리 사회는 왜 변하지 않고 악습을 반복하는 것일까요?

오늘도 태양은 붉게 떠오를 것입니다.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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