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 주위에서 참 신기한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봄에 피는 꽃들이 가을에 피니 말이죠.
물론 여름에 피던 금계국이나 기생초들이 지금도 남아 있지요.
그런데 과실나무에서 가을에 꽃이 피는 경우는 처음 봅니다.
명자나무꽃은 목포 집 근처에서 날마다 봅니다.
사람들 눈에는 잘 띄지 않는데 제 눈에는 보이네요.
모과나무의 꽃인데, 야생 모과나무로 보시면 되겠습니다.
‘개모과나무’라고 들었는데, 크기만 작지, 영락없는 모과 열매가 열였네요.
빨간 꽃이 앙증맞게 예뻐 가슴에 담았습니다.
두 번째 소개하는 꽃은 매화인지, 이화(梨花)인지 검색할 수 없네요.
매화 같은데 줄기에 가시가 없고, 배꽃 같은데 줄기가 가늘고 깁니다.
몽탄 근처의 영산강 강변에서 봤는데, 위험해서 근접 촬영이나 검색을 할 수 없었네요.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 주세요.
세 번째 꽃이 저에게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이건 분명 홍매화입니다.
나주 보산동 장흥골에 우리 나주나씨 시조단(始祖壇)과 조상님들의 산소, 제각(祭閣)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제각 입구에 있는 나무에서 빨간 매화가 피었네요.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합니다.
그날(10월 23일) 영산강 억새를 촬영하고 아내와 함께 장흥골 선산과 영산포 택촌마을에 있는 선산을 찾았습니다. 장흥골은 일 년에 서너 번씩 가는 곳이고, 택촌마을은 처음 갔지요.
이 두 선산에 잠드신 분들과 묘소 전경, 궁궐 같은 제각들은 나중 소개할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일로에 잠드신 분들보다도 어르신들이 훨씬 많지요.
제가 지금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은
왜 하필 그날 제가 그곳에 갔느냐는 것이죠.
우연이라기에는 참으로 기이한 일입니다.
요즘 저에게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
지인들이 그 꽃이 길조라고 하네요.
함께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어쩌면 대쪽같은 우리 선조들이 그 홍매화의 개화를 통해 저에게 어떤 교훈을 다시 던지시는 것이 아닐까요?
신흠(申欽, 1566~1628) 선생의 시 한 수 소개합니다. 시와 문장이 뛰어나 외교 문서의 제작, 시문의 정리, 각종 의례 문서를 작성하는 데에 참여했던 조선 중기 문신입니다. 그분의 야언(野言)에 나오는 시입니다.
오동나무 악기는 천 년이 지나도 항상 곡조를 간직하고
동천년로항장곡(桐千年老恒藏曲)
매화는 일생을 춥게 살아도 그 향기를 팔지 않는다.
매일생한불매향(梅一生寒不賣香)
달은 천 번을 이지러져도 그 본질이 남아 있고
월도천휴여본질(月到千虧餘本質)
버드나무는 백 번을 꺾여도 새 가지가 돋아난다.
유경백별우신지(柳經百別又新枝)
이번 주 금요일
행사의 일환으로 홍매화를 찾아 나주에 갑니다.
<천년의 무안 로드스콜라 2.0>
“초대 무안현감 무안공 나자강을 찾아가다.”
홍매화!
호남 선비정신의 개화를 기대합니다.
‘일생을, 추워도 향을 팔지 않는’
절대 사진만 보지 마세요.
인간 정신의 원동력인 지성, 의지, 감성을 동원해서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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