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잠일기 초(抄)
새벽 1시에 눈을 떠 밖으로 나왔다.
날씨가 좋다. 아마도 더 멋진 일출이 연출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친구 명완이와 병복이하고 주룡나루에서 만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요즘 주룡나루에 대한 관심도가 날로 상승하고 있다.
내려오겠다는 지인들도 상당수고, 멀리 독일에서도 카톡이 온다.
그뿐인가.
서울에서 교편을 잡고 퇴직했다는 주룡마을 출신 형뻘 되시는 분은 아침마다 사진 보는 재미로 산다고 한다.
주룡마을에서 평생을 사셨다는 문중 어르신분도 점심을 함께하자며 연락을 주셨다.
내 휴대폰에는 아직도 공개하지 않은 주룡나루의 사진이 많다.
블로그 재단장 전에 찍은 사진은 손도 못 대고 있다. 날마다 신비와 경이의 풍광이다 보니 소개할 틈이 없다.
어제 촬영한 사진은 훨씬 시야가 넓어졌다.
주룡나루에서 잡는 각도는 한계가 있다. ‘주룡 적벽’에 올린 사진은 동서남북 4면이 다 아름답다. 내 눈에 그렇게 보였으니 사진으로 보는 사람들은 오죽하겠는가.
방으로 돌아와 금호사의 문화재 신청서를 다시 살핀다.
주룡마을 태생 기옥 이사께서 1차로 작성하셨다. 나를 직장공파 문중과 금호 문중 이사로 천거하신 분이다.
공무원을 퇴직한 이 아저씨의 열정이 대단하다. 나주나씨 문중의 살림꾼이며 일꾼이다. 이런 분이 많아야 문중이 산다.
이분을 처음부터 안 것은 아니다.
유교 문중 청수 회장의 초대로 카톡에 인사하고, 영산강을 소재로 글을 쓰고 있으며, 그 중심에 있는 우리 나주나씨 선조들을 연구하고 현장 답사를 하고 있다고 했더니, 갑작스럽게 이사로 추천하신 것이다.
제본까지 한 이 자료는 한마디로 책이다. 내용이 많다 보니 요지가 약하다. 한마디로 금호공(錦湖公)과 그의 여섯 아들을 배향하는 나주의 금호사가 전라남도 지방문화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문화재로 등록되지 못한 것이 의아하다. 삼강문은 문화재로 등록되어 있는데, 삼강문 정려의 주인공들을 배향하는 사당은 나주의 문화자료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자료를 일부 수정하고 일기를 이어간다.
금호사의 문화재 지정은 당연하다. 나는 그 일을 확신하고 있다.
나는 다른 청사진을 구상해 왔었다.
금호사의 문화재 지정과 관계없이 금호사의 활용에 대한 거시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구체적 계획을 갖고 준비해 왔다.
주룡 적벽의 얘기로 화제를 돌린다.
아, 주룡에 가야할 시간이 되었다.
글은 나중에 써도 된다.
그러나 사진은 나중이 없다.
그 순간을 놓치면 절대 그 ‘순간’을 잡을 수 없다.
오늘도 멋진 ‘순간’을 담을 수 있을 것 같다.
2021. 9. 16 새벽
* 귀가하여 일기와 사진을 함께 올립니다.
주룡의 그 ‘순간’이 여러분에게 힐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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