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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잠일기(栢蠶日記)

나불도의 가을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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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나불도로 시작해서 나불도로 끝내려고 한다.

 

오늘 새벽부터 아침까지 그곳에서 목격한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평상시에도 마찬가지다.

전라남도가 초창기 많은 투자를 하여 농업박물관을 짓고 영산재 한옥 호텔을 운영하고 있지만 썰렁하기만 하다. 코로나 위기 탓만은 아니다.

 

전라남도 지사와 영암 군수한테 힌트 하나 드리겠다.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나불도가 역사적으로 주목을 받은 적은 없다. 그러나 나불도’ 라는 땅 이름에는 그럴싸한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소승 불교에서, 불제자 중에 번뇌를 끊어 더 닦을 것이 없어, 공양을 받을 만한 덕을 갖춘 사람을 아라한(阿羅漢)’이라고 한다. 이 아라한을 줄여서 나한(羅漢)이라고 하는데, 아주 옛날 나한과 부처님이 영산강을 건너 '피안(彼岸)의 섬'으로 가게 된다. 건너가기에 앞서 잠시 쉬었던 자리에 삿갓을 놓고 간 곳이 목포의 갓바위가 되었고, 나한과 부처님이 건너간 그 피안의 섬이 나불도라는 것이다.

 

전설 따라 삼천리라고 웃어넘기니 이 모양 이 꼴이다. 이대로 웃어넘기면 그 모양 그 꼴이 된다. 중국은 이보다 더 허망한 이야기를 가지고도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장예모 감독의 실경(實景) 뮤지컬 인상(印象)’ 시리즈는 7탄이나 나왔고, 중국의 오지(奧地)들을 차례차례 관광명소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국가적 차원에서 시골의 전설과 민담, 이야기를 스토리텔링 하여 문화관광 콘텐츠로 개발하여 성공을 거둔 것이다.

 

이승의 번뇌를 해탈하여 열반의 세계에 도달하는 피안(彼岸)의 섬, 나불도! 이 피안의 섬이 영산강 하구언에 가려 막혀 전설상의 한몸인 갓바위와 단절되어 있다.

 

그뿐인가.

곳곳에 녹조가 끼어 강이 병들고 있다. 영산호는 녹조도 예술이다. 비록 상처 가득한 예술이지만...

박물관 처마엔 거미줄이요, 쫓겨난 터잡이들의 논밭엔 잡초가 무성하다.

 

오늘도 영산강엔 태양이 떠오른다.

잡초 속에서도 코스모스가 자라나 꽃을 피우고 있다.

 

가을이다.

 

백잠일기 초()

2021. 9. 24

 

 

목포 갓바위
한옥호텔 영산재

 

영산호의 녹조, 2021. 6. 16
영산호 녹조

 

 

 

전망 좋은 집에서 바라본 나불도와 영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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