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은 역사적 트라우마와 보이지 않는 규칙에 맞서고, 그녀의 모든 작품에서 인간 삶의 취약성을 폭로한다. 그녀는 육체와 영혼, 산 자와 죽은 자의 연대에 대한 독특한 인식을 갖고 있으며 시적이고 실험적인 형식으로 현대 산문의 혁신가가 되었다."
- 앤더스 올슨 노벨위원회 위원장 -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뜨겁다. 세상의 시선이 수상자에게 집중되고 있다. 누군가는 그녀의 아버지 한승원 작가에게 관심을 두어도 좋을 성싶다.
한강 문학의 뿌리는 아버지 한승원으로부터 발화하기 시작하였다. 한승원은 '신화적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으로 유명하며, 딸 한강의 문학적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는 한강을 "아버지를 뛰어넘은" 작가로 평가하며, 그녀의 작품을 "신화적이고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을 벗어나지 않는 아름다운 세계"라고 칭찬하였다.
한승원의 문학적 뿌리는 장흥이라는 토양에서 생육하였다. 장흥은 예로부터 문학의 고향이었다. 송강 정철의 <관동별곡>은 백광훈의 <관서별곡>을 모방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흥은 한국문학의 거장 이청준, 송기숙을 낳고,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을 낳았다. 한강은 광양에서 태어나 광주에서 학창시절을 보냈고 문학가로서의 수업은 서울에서 완성했다. 한강이 아버지의 장흥 DNA를 이어받았음은 확실하다.
장흥의 향토문인 이동규는 장흥의 아름다운 풍경은 시(詩)가 되고, 인정 어린 삶은 소설이 되었다고 했다. "시 아닌 것, 시인 아닌 사람이 없는 곳, 소설 아닌 것, 소설 아닌 사람이 없는 곳"이고 장흥을 자찬하였다.
한승원의 후배 이대흠은 "당신의 이름을 지우려고 문지른 자리에 강(탐진강)이 생겼습니다. 손끝하나 스쳤을 뿐인데 숲이 운다고 합니다"라며 장흥의 자연을 문학과 연결시켰다.
선학동 해변은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작품 <천년학>의 주무대이다. 충무공이 판옥선 12척으로 세계 해전사에 빛나는 대승을 기약하던 회진 바다도 장흥에 있다. 선학동 근처에 ‘아제아제 바라아제’의 한승원 생가도 있다.
아름다운 소등섬 북쪽으로 조금만 달리면, 한승원 문학산책로가 있는 여닫이 해변을 만난다. 썰물 때 해넘이 풍경이 일품이라고 한다. 장흥에 다시 가야하는데....
장흥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을 소환하는 이유가 있다. 회진 바다와 소등섬, 탐진강이 한승원을 낳았고, 천관산의 기를 받은 한승원은 한강을 낳았다.
한승원 작가의 소설 <아버지>를 미국에서 공연한 적이 있다. 한강의 아버지 한승원과 한승원의 고향, 어머니의 품 '장흥'이 새롭게 보인다.
한강 작가는 아버지의 사진첩에서 '5.18'을 보았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의 사진 한 장이 <소년이 온다>를 낳았고, 그 작품이 노벨문학상으로 이어진다.
사진 한 컷의 힘과 감성교육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는 새벽이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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