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내린 옥암천은 강이 되었다. 그 강은 비가 그치고 물이 빠지면 다시 새로운 모습의 천으로 변한다.
장맛비에 잠겼는데도 건재한 모습과 자태를 보이는 옥암천의 개연꽃과 수련꽃의 생명력에 경의를 보낸다. 이 수생식물들은 5월에 꽃을 피기 시작하여 세 계절을 관통하며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다.
수련은 이른 아침에 꽃을 피우지 않는다. 다시 방문하여 오전 10시쯤 촬영에 성공했다. 햇볕을 받은 등이 아직도 따갑다.
시간은 아름다운 필터이다. 흙탕물이 지나가고 맑은 물이 흐르는 옥암천에 가을이 흐른다. 옥암천이 가을 하늘을 꽉 붙잡고 있다.
추분인 그날 남악호수와 갓바위도 다녀왔다. 예상대로 부처꽃은 흙탕물에 잠겼다. 2컷만 촬영하고 갓바위로 이동하였다.
영산강에서 내려온 물로 갓바위 앞 바다는 온통 흙탕물이다. 이렇게 물이 많이 찬 갓바위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빗물만이 아니라, 만조이기 때문이리라.
오늘 사진은 어제 이후의 컷들이다. 비가 갠 후 옥암천과 갓바위 주위에서 담은 가을의 흔적들이다.
그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수련꽃은 아니다. 그렇게 아름다운 풍광의 갓바위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련꽃과 갓바위를 선택한 이유는 분명 있다.
수련과 갓바위의 생명력과 끈기에 박수를 보낸다. 그들도 우리처럼 폭염과 장마를 겪었다.
그들은 날씨를 탓하지 않고 그 뜨거운 여름을 보냈다. 그리고 우리처럼 가을을 맞이하고 있다.
자연은 위대한 스승이다. 시간은 위대한 스승을 더욱 아름답게 걸러내는 필터이다.
옥암천에 쇠백로 두 마리가 찾아왔다. 내 눈에는 그들이 사랑의 눈빛으로 서로를 응시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름답기 그지없다.
물 위에 핀 수련이, 가을 하늘을 담은 옥암천이, 그 물속을 정화한 '시간'이 참으로 아름다운 추분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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