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에 다녀왔다. 갈 때는 여름이었는데 돌아올 때는 가을 날씨였다.
영랑 생가에 먼저 들렀다. 5월에 본채를 보수공사하고 있었는데, 이번엔 별채의 일부를 수리중이었다.
올해도 은행나무 열매가 많이 열렸다. 사람들은 힘든 여름이었는데, 과실들은 풍작이다.
여름에 영랑 생가를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덕분에 시골 외갓집에 놀러간 기분으로 오랫동안 머물렀다.
안방 마루에 앉아 행랑채 건너의 하늘을 본다. 완연한 가을이다. 날씨도 선선하고 하늘도 많이 높아졌다.
영랑 생가에서 가장 시원한 곳은 안내소 앞이다. 해는 생가 대나무 숲 뒤로 숨었고 그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으로 시원하다.
공연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여수, 순천, 광주 그리고 청주의 연극인들이 축하 겸 격려의 발걸음을 하고 있었다.
좌석을 초대석 앞쪽으로 지정해 주었기에 사진을 촬영하지 못했다. 다른 관객들에 방해가 되기 때문에 단 한 컷의 사진도 담지 않았다.
공연은 성공이다. 지역에서 그 정도의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전국 연극인들의 중론이다. 내가 보기에도 깔끔한 공연이다.
뒷풀이 자리까지 함께하고 돌아왔다. 대부분의 연극인들이 어떻게든 나와 인연의 사슬로 이어져 있다. 아쉽지만 많은 추억과 모험담을 후일로 미루고 1차에서 헤어졌다.
강진은 지금 가을이다. 며칠 전 예고했듯이 영랑 생가의 은행나무처럼 주렁주렁 문화예술의 열매들이 익어가고 있다.
혹독한 더위와 싸우며 연습에 임한 예술인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예향 강진을 연출하고 있는 제자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무대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땀 흘린 만큼 보인다."
배롱나무 꽃의 색깔이 2주 전과 어제가 다르다. 백일홍이 끝물이다. 강진은 지금 가을이다.
공연 사진을 담지 않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이 작품의 무대를 영랑 생가로 옮겼으면 좋겠다.
2달 연습하여 대극장에서 하루에 끝내는 공연이 아쉽다. 작품을 조금 손질하여 영랑 생가에서 주말 저녁에 매주 공연한다면 관광객 증대와 예향 강진의 이미지 향상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영랑 생가에서 공연이 이루어지길 기원한다. 영랑의 추억과 혼이 서려있는 생가가 최적의 무대이다. 대나무 숲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참으로 시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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