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덥고 길었던 여름
칙칙한 지하 연습장에서
가을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연극이 좋아서
그 길이 타고난 소명이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 땅의 광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뮤지컬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에 거는 기대
예술학 박사 나상만
연극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을 2년 전에 관람했다. 그 연극을 뮤지컬로 다시 제작한다니 기대가 무척 크다. 블로그 <나 교수의 창>에 올렸던 그때의 생생한 소감을 다시 소환해 본다.
...... 한마디로 지역연극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서울연극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수준작이었다. 깔끔한 무대와 세련된 미장센 그리고 신선한 연기가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지역연극의 수준을 한 단계 격상시킨 연출가 임재필의 지난 6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었다. 지루하기 그지없는 대사 위주의 연극에서 탈피하여 세련된 음악과 춤이 연극 속에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무대였다.
작품을 직접 쓰고 연출한 작가 임재필의 과감한 실험 정신도 돋보였다. 역사와 문학적 상상력의 경계에서 고심하는 작가의 면모도 읽을 수 있었다. 다만 김구의 무대 등장은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옥의 티였다.
강진은 정약용의 유배지, 고려청자의 발생지, 서정시인 영랑의 탄생지라는 역사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고장이다. 그러한 자원이 문화콘텐츠로 연결되어 남도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하고 있다. 여기에 연극이 강진의 브랜드 공연으로 정착한다면 문화관광 강진의 위상은 또 한번 비상의 날개를 달 것이다.
강진의 문화예술이 영랑 생가의 은행나무 열매처럼 주렁주렁 열리기를 기대한다. 모란이 다시 필 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탐스런 열매가 더 노랗게 익고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 때 강진에 다시 오고 싶다.
임재필 연출가는 우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꾸준한 작품 활동을 통해 예향 강진의 면모를 알리고 있다. 영랑 생가의 은행처럼 강진연극의 전성기가 도래하고 있다. 이제 뮤지컬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을 관극하기 위해 강진에 오는 시대가 열렸다고 감히 말하고 싶다.
문화콘텐츠가 지역의 경제를 견인하는 시대가 왔다. 양질의 공연콘텐츠는 최고의 관광상품이다. 뮤지컬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이 그 선두에 우뚝 서길 기대한다. 영랑의 역사성과 문학성이 공연이라는 예술성과 대중성으로 활짝 열리길 소망한다.
'역사와 문화의 현장'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안의 인물과 사상> 학술대회에 부쳐 (0) | 2024.08.31 |
---|---|
모란이 피기까지 우리는, 2024 (0) | 2024.08.29 |
정남진 장흥물축제 (0) | 2024.07.28 |
초의선사탄생문화제 (0) | 2024.05.09 |
열 번째의 봄 (2) | 2024.04.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