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봉수산이 바라보이는 그 바다에 갔다.
바닷가 주변에
산벚꽃이 예쁘게 피었고
낚시꾼들은
태평하게 고기를 낚고 있다.
바다는
우리에게 여러 얼굴로 다가온다.
......
......
시 낭송을 하는 친구가 불러내어
'낭만열차 1953'에 갔다.
옛 동목포역이 있던 선로 위에
열차 세 량을 세워 커피도 팔고 공연도 한다.
그 곳에서
세월호 10주기 추모 공연이 있었다.
음악 공연, 시낭송...
객차 안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숙연해지는 나를 발견한다.
4월 16일
열 번째의 봄이 되는 셈이다.
꽃들이 졌던
하루 전
이른 아침부터
남녘에는 비가 내린다.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정호승
꽃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별이 진다고 그대를 잊은 적 없다.
그대를 만나러 팽목항으로 가는 길에는 아직 길이 없고
그대를 만나러 기차를 타고 가는 길에는 아직 선로가 없어도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푸른 바다의 길이 하늘의 길이 되던 그날
세상의 모든 수평선이 사라지고
바다의 모든 물고기들이 통곡하고
세상의 모든 등대가 사라져도
나는 그대가 걸어가던 수평선의 아름다움이 되어
그대가 밝히던 등대의 밝은 불빛이 되어
오늘도 그대를 만나러 간다.
한 배를 타고 하늘로 가는 길이 멀지 않느냐
혹시 배는 고프지 않느냐
엄마는 신발도 버리고 그 길을 따라 걷는다.
아빠는 아픈 가슴에서 그리움의 면발을 뽑아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짜장면을 만들어 주었는데
친구들이랑 맛있게 먹긴 먹었느냐
그대는 왜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것인지
왜 아무리 보고 싶어 해도 볼 수 없는 세계인지
그대가 없는 세상에서
나는 아무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잊지 말자 하면서도 잊어버리는 세상의 마음을
행여 그대가 잊을까 두렵다.
팽목항의 갈매기들이 날지 못하고
팽목항의 등대마저 밤마다 꺼져가도
나는 오늘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봄이 가도 그대를 잊은 적 없고
별이 져도 그대를 잊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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