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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컷으로 말한다

한여름 밤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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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면 별들이 쏟아졌다. 대나무를 쪼개서  바닥에 깔아 만든 그때 그 평상은 어디로 갔는가.

한여름에도 대나무 평상에 누우면 시원한 바람이 불어왔다. 개구리 우는 소리며 풀벌레 소리가 지금도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세월이 많이 흘렀다. 그 많던 별들은 어디로 갔는지. 사라진 건 별들만이 아니고 우리들의 꿈도 함께  사라진 건 아닐까.

윌리암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에서 그리스 숲을 배경으로 환상의 세계를 보여준다. 참으로 오랜만에 워싱턴주의 마운트 베이커 스노퀄미 숲속 캠핑장에서 환상적인 감흥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3박 4일의 마지막 날은 그 숲속의 강가에서 차박을  하였다. 다시 말해서 마운트 레이니어를 탐방하기  전날 밤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다.

밤늦게 도착하여 새벽 4시 그곳을 떠났기 때문에 별다른 추억은 없다. 곰이 나타날 수도 있으니 만일의 경우를 대비하여 불을 피웠다. 그랜드캐년 가이드 책자를 한 장씩 찢어 솔방울에 불을 붙였고, 현장에서 구한 나뭇가지들을 모아 캠프파이어의 구색은  갖출 수 있었다.

전기구이 통닭까지는 구했다. 그러나 근처에 상점이 있을 것이라는 딸의 예상은 빗나갔다. 가는 길에  생맥주를 파는 까페가 하나 있긴 했는데  바가지 요금을 불렀다.

커피와 함께 통닭을 먹었다.  그런 경험은 난생 처음이다.  한국처럼 좋은 나라가 없다.  전화만 걸면 새벽에도 배달이 된다.  바가지 요금이지만 살 걸,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두 모녀는 다음 날을 위하여  자정쯤  캠핑카 안으로 들어갔다. 칠흑(漆黑)같은 어둠이다. 어디선가 곰이 나타날 것같다. 계곡물 흐르는 소리만 들리는 한여름 밤의 정적이다.

어찌나 나무들이 큰지 캠프파이어 쪽에서는 하늘이 잘 보이지 않는다.  조금 이동하여 뚫린 공간을 찾는다.

숲속에 예술이 숨어 있다.  하늘이 비상하는 새처럼 보인다. '한여름 밤의 꿈'이 거기서 피어오르고 있었다.

캠프파이어의 잔불
하늘의 별들
작품 - 165

 

나는 꿈을 꾸었다.
그것이 무슨 꿈인지 말하려면
인간의 재치를 훨씬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 내 생각에 아마도 그 무엇 .....  
그게 무엇인지 아무도 말할 수 없는......
 
-  <한여름 밤의 꿈>  -

북두칠성, 별 하나는 우리들의 가슴에 ..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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