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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튜드가 있는 미술관

크레센트 호수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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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불씨


지금 기억에 의하면 그날 저녁 크레센트 호숫가 캠프에서 딸의 로스쿨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해리스 미국 대통령 후보가 나온 법학전문대학원이다.

딸은 아버지인  나를 많이 닮았다.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시도하고 끝까지 승부를 거는 성격이다.

비교적 안정적인 직업인 고등학교 교사인 딸이 학교를 그만두고 다시 법학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 출신의 딸이 미국의 심장부 뉴욕에서 세계사를 가르치는 것만으로도  아버지인 나는 만족스럽다.

그런데  거기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공부를 하겠다는 것이다. 솔직한 심정으로 박사과정에서 '한국 고대사'를 전공하여 왜곡된 한국의  역사를 미국에서 새롭게 가르치는 교수가 되기를 원했었다. 그런데 로스쿨에 도전한 것이다.

딸은 "덜컥" 합격했지만 부모인 우리는 "덜컥" 겁이 났다. 1년 학비와 생활비가 상상을 초월하기 때문이다. 물론 장학금울 받고 아르바이트를 하겠지만 부모가 일정 부분 감당해야 할 몫이 있다.

그날 밤 크레센트 호숫가에서  캠프 파이어를 피워놓고 우리 부부는 진심으로 딸의 새로운 도전을 축하하였다.  그날 25온스 허리캐인 맥주를 3캔이나  비웠다.  딸과 아내가 컵으로 반 잔씩 마시고 나머지는 내가 다 마셨다.

아내와 딸은 일찍 차 안으로 들어가 잠자리에 들었다. 나는 컴컴한 숲속에서 솔방울을 주워 불을 계속해서 피웠다. 여러 상념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느 사이, 다 탄 솔방울의 재가 수북하게 쌓였다. 막대기로 재를 뒤적일 때마다 불씨의 모양이 참으로 아름답다.  그 모양 또한 참으로 다양하다.

오늘은 마지막으로 촬영한 한 컷만 소개한다.

크레센트 호수의 첫 컷

2시 30분에 잠시 눈을 붙이고 새벽 4시 30분에 눈을 떴다. 일생의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크레센트의 새벽을 놓칠 수는 없었다.

숙소 캠핑장에서 출발하여 호숫가를 걸으며 크레센트의 황홀한 새벽을 휴대폰에 담았다.  호수가 한국처럼 둘레길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한쪽은 온통 밀림지역이고,  또 한 지역은 드문드문 도로와 연결되어 있다.

제한속도가  30마일인데도 새벽 차들이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다. 일출을 보기  위해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제발 졸음 운전하는 사람만 없기를 소망하며 셔터를 누르며 걷기를 계속하였다.

대략 4Km쯤은 걸었을 것이다. 촬영하기 좋은 호숫가 빈터가 나왔다. 표지판에 '이글 포인트 카운티 파크(Eagle Point County Park)'라는 문구가 나왔다. 더 걸어도 내가 기대하는 일출 방향은 나오지 않을 것 같았다. 독수리는 없었지만 독수리의 눈으로 크레센트 호수의 숨은 아름다움을 찾았다.

호수의 이름처럼 호수의 모양이 초승달을 닮았다.  호수의 깊이가 워싱턴주에서 두 번째라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공식 최대 깊이가 자그만치 192m라고 한다. 그러니 물이 맑을 수밖에.


연일 무더위가 계속됩니다. 어제 나주에 다녀오면서 일로 연꽃축제장에 갔다가 어찌나 더운지  한 시간만에 돌아왔습니다.

크레센트 호수의 새벽으로 안내합니다.  잠시나마 시원한  시간 되세요. 즐거운 금요일입니다.

오른쪽이 도로

 

기대했던 방향의 일출은 아니다.
그러나 크레센트 호수에 뜬 태양을 보았다.  

"미래는 꿈꾸는 자의 것이다."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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